앨범 이미지
Rawtide
에이비티비(ABTB)
2026

by 손민현

2026.08.09

아직도 세차고 뜨겁다. 재생 신호를 뱃고동 삼고 우직한 선율을 연료로 주입한 하드 록 밴드 에이비티비의 항해도 어느새 10년. 앰프의 엔진은 여전히 폭렬하고 ‘시대정신’에 각인했던 낭만적이면서도 거친 소년체 노랫말도 풍화되지 않았다. 블루스부터 그런지까지 계보의 근본과 정통을 어느 정도 고집하던 팀에 이번에는 새 물결이 강하게 들이친다. 날것의 조류 < Rawtide >를 만나 이도경이 보컬의 키를 잡았고, 지난 < iii > 오프닝 ‘Bully’의 실험정신을 가다듬어 랩은 그 비중을 정식으로 늘린다. 이 클래식한 기체도 순항 중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단 랩으로 귀가 트인다. 말의 운동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일종의 쉼표로 기능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빠른 말을 리듬 악기로 편입한 아이디어는 비스티 보이즈 등 해외 선구자들의 것이지만, 한국 힙합 여러 아티스트에서 디테일을 취합해 효과를 보았다. ‘Aftermath’의 오마주처럼 박자의 여유에서는 빈지노가, 툭 내뱉는 냉소적이고 장난스러운 톤에서는 산이가, 숨을 헐떡이는 기교에서는 나플라가 스친다. ‘Jimi the poser’와 ‘난기류’에 두드러지는 ‘래퍼 기타리스트’ 곽상규는 과열된 악기들이 마찰면을 식히며 보컬의 폭발을 기다리는 중 트랙의 열기를 능란하게 가다듬는다. 이런 세찬 음악에 새긴 랩의 초반부 주제가 전형적이고 여린 짝사랑이란 것도 독특한 재미다.


이러나저러나 록 음악에서 랩은 하나의 부속장치일 뿐, 큰 목표는 록 범선의 장엄한 출항이다. 모든 악기가 각자 선원이 되어 대양과의 갈등을 헤쳐나간다. ‘난기류’를 만난 클래식 기타는 붉은빛 드레스를 입고 갑판에서 춤을 추고, ‘Aftermath’의 애절한 합주는 밤바다의 파도를 배회하며 비틀거리다 결국 절규와 포효를 허용한다. 헤비니스와 메탈과 같은 관념이 음표에 출렁거려도 어렵거나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기타 솔로는 독립의 욕망을 뽐내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와중에도 ‘Face’의 메인 멜로디와 리프, 내달리는 구간이 끝나자마자 목도하는 ‘모비딕’으로의 흐름은 충분히 유연하다.


게이트 플라워즈, 바이 바이 배드맨, 카디 등 한국 라이브 공연장에 여러 번 이름을 새긴 이들이 모인 슈퍼밴드, 안팎으로 다가왔을 부담감을 역시 잘 타파해 간다.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달라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겠지만 에이비티비의 해답은 늘 같다. 높은 퀄리티의 연주는 기본, 그렇게 지킨 정도와 동반한 변화다. 가사지를 늘린 만큼 사랑과 관계의 분열이라는 주제를 세심히 다뤘고 랩이라는 파격적인 변주를 자기 규율 속에서 잘 통솔했다. 요즘은 가치가 퇴색된 꾸준함이라는 덕목을 다시금 일깨우는 음반. 어떤 밴드는 이렇게 어떻게든 매번 좋은 작품을 내기도 한다.


-수록곡-

1. Buddy

2. Out There

3. Jimi the poser [추천]

4. 난기류 [추천]

5. Aftermath [추천]

6. Face [추천]

7. 모비딕 [추천]

8. Nevertheless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