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바이럴의 주인공 ‘우리집 강아지 귀여워’로 오티스 림을 기억하는 이에게 < 사생아 >는 상당히 낯설 것이다. 근래 국내에서는 메인 장르를 보조하는 소재 정도로만 활용할 따름이었던 펑크(Funk)를 전면에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중적이고 익숙한 넘버가 주로 컨템포러리 알앤비였을 뿐, 사실 그는 과거에도 자신의 욕망을 내비쳐 왔다. 전작 < Playground >의 ‘시엘이도 웃겠다 lol’과 직설적인 제목의 ‘George Clinton is playing at my house’가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오프너 ‘Plug it in’부터 느껴지는 흥이 실로 한국적이다. 속도감 가득한 기타 리프와 쫀득한 베이스를 축으로 기존 문법을 따라가되 ‘(Let me go) Nana’의 말미처럼 익살스러운 신시사이저를 배치하고 변속 구간을 두어 모범 답안에 안주하지 않았다. 잘게 쪼갠 박자가 250의 < 뽕 >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전날의 작업물이 증명하듯 정석적인 보컬을 구사할 수 있음에도 힘을 빼고 끈적하게 다가온 덕에 새로운 정체성이 설득력을 얻는다. 필수요소나 다름없는 관능적인 가사와 ‘Lemonade’의 클리셰를 비트는 표현이 주는 소소한 재미는 덤이다.
중간의 ‘요정’을 기점으로 작품은 사뭇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단출한 피아노 반주 속에서 한 차례 움츠러든 흐름은 ‘뽕짝’스러운 추임새의 ‘꾀죄죄’와 연주가 빛난 ‘Ahh… The name is Otis, baby!’에 이르러 다시 활기를 찾는다. 다만 마지막 두 트랙이 지닌 변칙성은 음반 단위의 성취에서 도리어 독으로 작용했다. 카우벨을 비롯한 미디 드럼 중심 인스트루멘탈 ‘의식[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와 몽환적인 얼터너티브 알앤비 ‘That piano note’ 사이의 낙차가 전반부의 파괴력을 희석할뿐더러, 특히 엔딩은 앞선 곡들로 쌓아 올린 유쾌한 산만함과도 다소 동떨어져 있다.
스스로 진정 원하는 음악을 찾아 떠난 여행과 그 안의 성취. 달라진 것은 장발과 선글라스로 대표되는 외양만이 아니었다. 발매 이후 페스티벌 등지에서 걸출한 세션들과 선보인 라이브의 에너지는 오티스 림이 추구하는 한국식 펑크(Funk) 신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전설로 남은 그 옛날의 밴드들이 그러했듯 녹음의 영역 바깥에서 동료들과 함께할 때 더욱 자유분방해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첫술에 배부르긴 힘들지라도 ‘근데 뭐 어때, 이게 나야!’, 정말 그렇지 않은가.
-수록곡-
1. Plug it in [추천]
2. 구겨진 베갯잎
3. (Let me go) Nana [추천]
4. Lemonade
5. 요정
6. 꾀죄죄 [추천]
7. Ahh… The name is Otis, baby!
8. 의식[자각]하지 못하는 상태
9. That piano no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