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과 변주를 가리지 않고 양방향으로 팽창하는 국내 알앤비 신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앨범 단위로는 11년 만의 복귀, 싱어송라이터로는 첫발을 내디딘 유성은의 미니 3집 < The Meteor Is Glowing >에는 도전을 주저하고 결심했던 지난 시간이 새겨져 있다. 폭발적인 가창력이 무색하게도 오랜 진심을 담은 외투는 소박하다. 과감함에 앞선 조심. 트렌드와 개성을 내려놓은 대신 노래 그 자체에 골몰한다.
가창의 테크닉보다 질감에 중점을 둔 접근 방식이 의외다. 중저음의 에너제틱한 그루브로 리드미컬한 쾌감을 이끌던 2집의 행보와 달리 세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축이다. ‘Take it slow’에서 ‘Divin’’으로 연결되는 초반부는 화려한 사운드를 아예 제한한 듯 피아노와 기타의 소박함에 마음을 기댄다. 군더더기 없는 반주에 기교까지 덜어내다 보니 흐름이 단조롭긴 하나 전달력을 해치지 않는 덕에 메시지는 또렷하다.
정작 음색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시점은 리듬감이 살아날 때부터다. 풍성한 악기와 익숙한 기승전결로 연출한 ‘Glowing’이 과하게 정직했던 탓인지 이후에 이어지는 ‘One, night’와 ‘In dream’의 도시적인 세련미가 오히려 반전의 역할을 수행한다. 소울풀한 보컬에 무게를 두니 클래식한 곡과의 궁합도 좋다. ‘Ending credit’ 속 밴드 편성과 기타 리프로 구현한 뻔한 레트로가 진부하긴 해도 이마저 설득하는 부드러운 톤이 맥락을 매듭짓는다.
앨범을 관통하는 음악적 임팩트는 모호하나 여러 색깔과의 호환성을 실험한 시도는 유의미하다. 단순함도, 세심함도 결국 신중에서 기인한 것. 새로운 정체성 구축을 위해 무리하게 캐릭터를 소모하기보다 본연의 소리를 면밀히 살피고 다루는 과정에서 한층 넓은 스펙트럼을 향한 지향이 읽힌다. 음색에 대한 높은 이해와 창작자로서의 서사까지 겸비했으니 이제 남은 건 시동뿐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수록곡-
1. Take it slow
2. Divin’
3. Glowing
4. One, night [추천]
5. In dream [추천]
6. Ending cred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