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 더 질라, AH HA HA HA HA..!
잔망스러운 시그니처 사운드의 폭소가 날카로운 비웃음으로 들릴 때까지. 한국 힙합 < 야망꾼 >의 담대함이 초조한 불안감으로 변할 때까지. < 94-24 >의 진솔하다 못해 처절한 과거 반추가 < 지금 다음 지금 >의 결연한 미래 의지로 이어질 때까지. 두 차례 방송에서 < 쇼미더머니 >에서 ‘2 Chainz & Rollies’를 제창하며 비상할 때까지. 오직 랩과 무대 증명으로 일궈온 제네 더 질라의 반등은 이제 막 중턱에 도달했다. 성급한 마무리 선언이 아닌 가벼운 산보로 쉬어가는 곳. < Chorok : Mixtape >는 지난 과정을 돌아보며 주변 서사를 여럿 담은 외전이다.
감정과 내용이 치밀하게 수렴되어 집중도가 높았던 전작과는 다르다. 실험과 나열된 소재들이 산만하게 분산된 믹스테이프다. 개과천선 서사의 시작점 ‘No easy’를 ‘Easy’로 마무리해 본편과 연결점을 만들고, 새로운 보컬 동료 밀리맥스와 트레이드 엘을 기용해 앰비션 뮤직 2기의 지향을 설파하더니, ‘Dead stock’과 ‘바보같니’에서는 자기 확장성도 가늠했다. 이 흐름 탓에 균질함은 떨어진다. ‘어떡하니’나 ‘Legendary’와 같은 곡은 피쳐링, 반주, 랩이 정밀하게 마감된 반면 ‘Yamatalk’와 ‘Bravo’ 등은 아이디어 스케치에 가깝다. 한국 힙합에서는 실상 ‘팬송’에 가까운 메가 트랙 호스트의 총대까지 멨으니, 그간의 여러 음악적 욕망을 이번에 알차게도 분출한 모양새다.
배치된 언어와 플로는 이 독특한 래퍼의 방법론을 요약한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필요한 부분만 간추려 기록한 제네 더 질라의 ‘초록(抄錄)’이다. 전달력은 좋지만 발음과 호흡은 다소 가쁘고, 언어유희에는 재치를 녹여냈지만 유치한 낱말을 연속 구사할 때도 많으며, 원칙은 잘 준수하는 편이나 뻣뻣한 한국어 라임으로 어색한 구절을 만들기도 한다. 사실 이 랩 외줄타기를 감상하며 만족감을 얻기는 한다. 이걸 잘 아는 그는 이 장단점의 조화를 숨길 생각이 없다. ‘쌰갈’과 같은 재치 있는 밈 활용이나 ‘기억해 (Kiokhe)’와 같은 진지한 구간에서는 놀라운 단어 페어링을 보여주지만, ‘카카오 택시’나 ‘처럼’에는 거칠고 생생한 가사가 너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최근 그의 랩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던 이유는 반전의 미학 덕분이었다. 초록색 머리카락 밑에 자리 잡은 생각과 감성의 우물은 꽤 깊었고, 장난스러운 웃음 정도에 그칠 줄 알았던 제네 더 질라 음악의 진폭은 냉소부터 실소, 환희에서 초연한 미소까지 확장되었다. 울고 웃는 과정에서 그는 자기 랩의 채도를 맞추는 법, ‘초록’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물론 이 앨범은 완전한 몰입을 유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조차 그의 선택이었다. 야망을 넘어 진실함을 갖추고 나서야 점차 원래대로 올라오는 텐션. 엄격했던 표정을 풀고 그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
-수록곡-
1. Easy [추천]
2. Legendary (Feat. Sik-K) [추천]
3. Mtig (Feat. TRADE L, Wuuslime)
4. Wmma
5. 어떡하니 (Feat. MilliMax) [추천]
6. 카카오택시 (Feat. Jichoomy)
7. Dead stock
8. 바보같니 (Feat. Don Mills, KOREANGROOVE, Rakon, Woodie Gochild)
9. 쌰갈 (Feat. 김하온) [추천]
10. 처럼
11. Yamatalk
12. 기억해 (Kiokhe) [추천]
13. New Ambition sound! (Z-mix) (Feat. TRADE L)
14. Bravo
15. 130 메트로놈 (Remi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