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자작곡 ‘Magnetic force’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알음알음 전해지고 ‘수영해’를 비롯한 다양한 아티스트의 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때부터 싱글과 < Weather >로 솔로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도. 강지원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뒤에서 많은 작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앨범을 위한 곡에 에너지를 온전히 쏟기로 한다. 그 결과로 탄생한 < Ordinary Ever After >는 일상을 부담 없이 채워주면서도 각자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보편적인 주제와 편안한 노래. 개별적으로 보면 평범할지 모르지만 둘의 조합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별이라는 소재에서 파생된 서로 다른 두 개의 트랙이 대표적이다. 반려견 땡이를 그리워하는 ‘02’와 이별 직전 연인의 모습이 떠오르는 ‘Lemon’은 슬픈 감정에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지만 깔끔함을 끝까지 유지한다. 듣기 좋은 익숙함 사이 특별한 부분이 돋보인다. ‘Sio’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나오주성과 섬세함이라는 공통분모로 의외의 시너지를 일으켰다. 디종의 ‘Yamaha’를 듣고 야마하 DX 신시사이저의 느낌을 재현하고자 한 ‘The dumbers’는 ‘비밀의 화원’의 신비로움을 계승하는 듯하다.
사랑 이야기를 자아실현에 관한 내용으로 치환하면 새로운 관점의 해석이 가능하다. 꿈과 글자의 모양이 닮은 공을 ‘Catchball’에서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과 놓쳐버린 후 ‘Too shine on me’에서 다시 줍지 않는 양가적인 마음은 ‘Albedo’에서 만든 노래를 같이 불러주면 좋겠다고 솔직해진다. ‘Planting time’에서는 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열심히 물을 주었더니 ‘Sio’에서 햇빛을 마주한다. 이어지는 인터루드 ‘Home’로 마무리하며 마치 1부를 마치는 듯한 치밀함은 추가적인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커버 아트에 내리는 눈의 결정처럼 투명한 성질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우연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듣는 이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각자의 관점을 투영할 수 있도록 열어둔 10개의 곡은 곱씹을수록 다양한 향기를 낸다. 처음은 가볍게, 깊게 베어 물수록 아리게.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모두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수록곡-
1. Catchball [추천]
2. Too shine on me
3. Albedo (feat. Jake Sherman)
4. Planting time
5. Sio [추천]
6. Home (Interlude) [추천]
7. Renewal
8. 02
9. Lemon [추천]
10. The dumbers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