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백은 단절과 동시에 시작을 품는다.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와 함께 사랑에 빠졌던 ‘Psycho and beautiful’도 벌써 1년 6개월 전의 일. 그동안의 기록을 초기화하고 새로운 시간을 작성하는 역할을 맡은 건 한 번도 쓰지 않은 악기다. 멜로디의 중심을 잡는 일렉트릭 기타와 정직하게 기반을 다지는 드럼이 이전의 전자음악 소스를 지우며 정반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앨범 제목에 맞게 과거를 상쇄한 컴백이다.
전형적으로 전개되는 팝 록이 담백하다. 재료만 달라졌을 뿐 안정적인 구성의 뼈대를 유지한 곡은 매력을 각인하겠다는 과한 다짐 대신 솔직한 모습을 투영한다. 청취의 끝에 멤버들의 음색이 먼저 남는 것도 최근 유행하는 자극적인 사운드가 빠진 덕분이다. 규격을 탈피하는 변주가 한 번쯤 존재했다면 평이한 인상을 뛰어넘지 않았을까. 오랜만의 복귀치고는 너무도 안전한 전략을 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