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확장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기획한 NCT 프로젝트. 10년 동안 그 과제를 수행해 온 태용의 첫 정규작 < Wyld >는 그간의 다양성을 집약한 기술적 정수다. 복수의 팀을 오가며 얻은 수려한 카리스마, 성찰과 위트를 집약하는 탐색적 면모, 전 트랙에 걸친 창작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의 힙합 지평을 열어낸 실력을 정면으로 입증한다. 흑과 백으로 그린 야수성. 치장을 걷은 자리에 날 것의 감각이 남았다.
거침없이 야성을 늘어놓는 능숙함은 소속에 대한 긍지가 본성이 된 사람만의 특권이다. 타이틀 'Wyld'에 NCT 전 유닛이 집결했던 2018년 첫 정규 앨범의 인트로 'Neo got my back'을 차용하며 그룹의 레거시를 소환하는가 하면, 묵직한 ‘Storm’에서는 소속사 특유의 SMP 요소를 홀로 체화하며 흔들림 없는 역량을 피력한다. 난해함과 중독성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 이상 ‘삐그덕’이 연상되는 ‘Hot’의 향수 가득한 위트도, ‘Skiii’가 뿜어내는 변화무쌍한 에너지도 우연은 아닌 것이다.
솔로 데뷔곡 ‘샤랄라’부터 시도했던 알록달록한 키치함을 도려냈지만 무게감이 더해졌을 뿐 개성은 음색만으로도 충분하다. 내밀한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깊어진 공허와, ‘404’ 시리즈의 새 얼굴 ‘404 Euphoria’에 이르러 더욱 넓어진 위로의 영역은 미성과 저음의 대비를 통해 연출한다. 하이퍼 팝으로 구축한 공간감을 순식간에 좁히는 ‘Feeling myself’ 속 랩 톤의 변주도 섬세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비튼 악기보다도 특색과 범용성을 겸비한 목소리가 사운드의 풍성함을 주도하는 장치인 셈이다.
원초를 향한 다각도의 시선 끝에는 태용식 아이코닉의 원천이 있다.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전반부가 끝나고 재즈 힙합 ‘Hypnotic’, 하우스 트렌드를 1990년대 언어로 풀어낸 ‘I’m a dancing cactus’, 도회적인 알앤비 ‘Mermaid’가 차례대로 이어지며 광범위한 소화력을 발산한다. 내면과 관계, 일상에 대한 자유의 탐닉이 유연한 만큼 표면적인 야생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일관성은 약하다. 그럼에도 무리 없이 이어지는 흐름은 많은 유닛을 울타리가 아닌 플랫폼처럼 운용하며 체득한 안목에서 비롯된 입체성의 산물이다.
양적 팽창을 멈춘 후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는 NCT 세계관 속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태용의 시도에는 설계자와 구현체 모두가 공유하는 지향점이 녹아있다. 댄스 트랙으로 존재감을 정의하면서도 가변성이 좋은 래핑과 보컬로 확보한 장르 호환성은 공감대 형성에 가장 끈끈한 무기로 작용한다. 결속 중심의 K팝에 파장을 일으켰던 유동적인 시스템이 결국 지속 가능한 전략이었음을 증명한 < Wyld >. 분리 없이도 온전히 일군 태용의 생명력은 견고하다.
-수록곡-
1. Wyld [추천]
2. Storm [추천]
3. Hypnotic [추천]
4. I’m a dancing cactus [추천]
5. Mermaid
6. 404 Euphoria [추천]
7. Skiii
8. Hot
9. Feeling myself
10. R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