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뒤 다시 만나자는 말이 현실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헤어짐을 상정하고 활동했던 그들이었기에 갑작스레 손을 흔드는 일에 애석한 심정까진 자연스러웠으나 당시로서도 급변하는 아이돌 시장과 다음 장으로 본인을 연장하는 각자의 노선이 비교적 명확했던 탓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이들은 약속을 잊지 않았다. 열 번의 달력을 갈아치우는 동안 처음의 행보와는 달라졌을지라도 누구 하나 쉼 없이 달려온 멤버들이 직접 일군 여유의 산물이었다. 비록 세 번째 미니앨범 발매와 더불어 복귀 콘서트 개최까지 또 한 차례 끝을 정해둔 발걸음이지만, 증폭과 쪼개기에 몰두한 현시점에 의외의 파동을 던진다.
그러나 가수는 반가운 마음도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는 법, 제아무리 명분이 앞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할지라도 작품을 논하는 건 다른 일이다. 더구나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맥락 속 < I.O.I: Loop >는 유기적 고장 상태다. 그룹 자체가 최신 유행을 좇는 편은 아니었기에 19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를 조준하는 ‘갑자기’의 노골적 시선은 오히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다만 상술한 수십 년 전의 문법과 2010년대에 갇힌 팝의 어투가 적절한 배합으로 당시를 상기한다 한들 그 안에 담긴 선율과 노랫말이 시대를 떠나 과도하게 평면적이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후렴구 위로 소리와 문장 사이 정돈되지 않은 레퍼런스만이 부각되니 멤버들이 직접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 또한 힘을 받지 못하는 꼴이다.
차라리 ‘갑자기’의 복고풍을 중점으로 나아갔다면 어땠을지 묻게 된다. 시제의 불균형. ‘IOI’와 ‘SPF 100+’, ‘If I’ 모두 아이오아이 시대 이후에 해당하는 최근의 사운드를 의식한 소작에 가깝다. 그렇다고 오늘날 유행을 곧바로 체득한 모습도 아니며 순식간에 변하는 걸 그룹 풍토 속 당장의 시류와도 거리가 있다. 핵심은 십 년 전 < Miss Me? >에서 들릴 법한 소리 또한 포기하지 못한 채 엉성한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낯익은 곡선으로 중독성을 뽐내는 타이틀 곡도 한 발 떨어져 바라본 앨범 단위의 시선에선 홀로 붕 뜬 인상이 강하다. 잇따른 수록곡이 유사한 소리 결이나 명징한 메시지로 뜻을 이어받는 것도 아닌 상황, ‘소나기’를 연상케 하는 말미의 발라드 넘버에 듣는 이가 감동할 여지는 적다.
선택을 포장할 구실이 명확하여 박수 소리가 음악을 앞서는 경우를 왕왕 목격한다. 아이오아이처럼 오랜 공백을 가진 팀의 귀환은 언제나 대표적 예시로 통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작품으로 이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갑자기’가 순위표 상단에 오른 성과는 속도감과 잔상 찾기에만 집중한 근래에 진력이 난 많은 이들의 표상이다. 더 이상 트렌디하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청취에 부담이 없는 음악을 필요로 하는 대중의 갈증이 동력을 제공한 셈이다. 완성도 차이는 있겠으나 악뮤의 ‘소문의 낙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소비자로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여전히 귀에 걸리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걸 다시금 일깨워주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즉석 사진 몇 장을 오려 붙이는 것만으로 긴 기다림을 달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오산이다.
-수록곡-
1. IOI (Where my girls at)
2. 갑자기 [추천]
3. SPF 100+ (Summer pop fantasy)
4. If I
5. 그때 우리 지금
6. 웃으며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