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Love$ick
키드밀리(Kid Milli)
2026

by 박승민

2026.05.10

레이블 출범의 신호탄으로 상반된 무기를 함께 꺼내 든다. SNS 기반의 뮤직비디오 중심 롤아웃 끝에 세상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쪽은 선공개곡을 배제한 < Lovesick >이었다. 저돌적인 뱅어로 기대감을 끌어올린 후 명확한 주제를 담은 앨범을 우선 전개해 청사진을 제시하는 전략이다. 사실상 별개의 작품으로 간주해야 할 만큼 판이한 성격을 지닌 < Love$ick >에서 키드밀리는 자신의 기량을 확장된 영역 위로 마음껏 펼친다. 능숙한 기술자를 넘어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디럭스 격의 9트랙 안에 담겨 있다.


하우스와 멜로딕 랩을 축으로 삼아 부드럽게 흘러간 본편과 달리 시종일관 거세게 밀어붙인다. 레이지에서 플러그앤비와 뉴 재즈로 이어지는 프로덕션은 그간 발전시켜 온 동시대적 감각의 연장선이다. 중반부의 완급 조절 구간조차 ‘Wassup’의 막바지처럼 변주를 투입해 동력을 끝까지 유지한다. 특히 다양한 질감의 드럼에 변조된 추임새와 효과음을 덧입힌 ‘Damn I flex’, 전자음을 두텁게 쌓은 ‘New boo’와 ‘Pumps’의 믹싱이 방점을 찍는다. 자칫 과하게 난잡해질 수 있는 사운드 구성을 깔끔히 마감해 특유의 날렵한 톤을 또렷하게 부각해 냈다. 


일회성 짙은 표현을 주로 사용하여 가사의 매력이 떨어짐에도 퍼포먼스가 각인되는 까닭은 간단하다. 절정에 이른 테크닉 덕이다. 팽팽한 긴장감을 휘감은 채 박자를 자유자재로 타는 랩은 전위적인 음향과의 힘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듣는 이를 압도한다. 여태껏 애용해 온 플로우를 응축한 ‘Pumps’와 가속하는 BPM 위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Love$ick’은 그러한 파괴력을 극대화한 킬링 트랙이다. 한편 객원 래퍼들이 원곡보다 비트를 능숙하게 활용한 ‘Savage RMX’에서는 짧은 마디 속에서 현재의 심경을 풀어내는 등 기교 과시 이상의 깊이 또한 보여주었다.


근래 키드밀리는 큰 볼륨의 작품에서 줄곧 유기성을 중시해 왔다. 실물 음반의 트랙리스트를 별도로 두어 서사를 꾸려낸 < Cliché >와 인터루드를 통해 구획을 나눈 < Beige > 그리고 트랜지션을 적극 사용한 메인 디스크가 그 비근한 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정교한 설계를 덜어냈을 때조차 여전히, 혹은 도리어 더 밝게 빛나는 듯하다. 1집 < AI, The Playlist > 역시 날 선 래핑 하나만으로 실력을 신 전체에 알리지 않았는가. 사장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 현시점, 그는 가장 간결한 방식으로 묵직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수록곡-

1. Love$ick (Feat. DUT2)

2. Damn I flex [추천]

3. Cardian (Feat. Raf Sandou, Wuuslime, MASON HOME & Jeffrey White)

4. Savage (Feat. Bryan Chase & Jvcki Wai)

5. New boo

6. George Clooney

7. Wassup 

8. Pumps (Feat. OKASHII) [추천]

9. Savage RMX (Feat. k4ton & toni rei) [추천]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