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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a (Face the other me)
케플러(Kep1er)
2026

by 남강민

2026.04.16

멤버 개편 이후 여섯 명의 새로운 방향을 시사하는 EP < Crack Code >의 타이틀 곡이다. ‘Wa da da’ 속 경쾌한 분위기, ‘Tipi-tap’의 반짝이는 전자음 등 고유의 화려한 질감이 아닌 채도를 낮춘 묵직한 힙합 비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강렬한 변신이라는 콘셉트에 비해 파격이 옅다. 다른 모습을 마주한다는 의도는 적중했으나 지난 ‘쇠 맛’ 유행의 잔상이 남는 신시사이저의 존재감 탓에 사운드 자체의 참신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짜임새를 고려한 완급조절로 빼곡한 포인트를 분산하며 케플러만의 높은 밀도를 구현한다. 목소리를 튀기듯 긁는 후렴구와 감각적인 래핑, 후반부의 변주 등 자칫 과하다 싶을 만한 장치도 적절하게 배치해 그간 전자음악을 다뤄온 내공을 선보인다. 분명 잘 만든 옷이지만 맞는 옷인지는 의문. 높은 구성력과 별개로 서사를 이끄는 멜로디는 약하고 곡의 카리스마와 융화되지 못한 보컬은 각오의 대담함을 대변하지 못한다. 기회와 과제라는 양날의 전환점을 마주한 이들의 고민이 역력하다.

남강민(souththriver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