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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cream
유나(있지)
2026

by 박시훈

2026.04.02

시중에 널리 퍼진 상품이지만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맛이다. K팝 디바 재부흥의 신호탄을 쏜 예지에 이어 있지의 두 번째 솔로 주자 유나의 데뷔 EP 속 타이틀 곡에는 JYP 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가 묻어난다. 1980년대 신스팝 사운드와 간질거리는 후렴구 등 깊은 내공으로 만든 복고풍 팝 트랙이 부담 없이 귀에 감긴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를 배제한 레시피는 곧 그의 목적지가 미지의 영역보다는 대중의 곁에 있음을 알린다. 2세대 아이돌 음악을 추억하거나 현대적 변형을 거친 Y2K를 찾는 청취 흐름에서 모두에게 가닿을 접점이다. 


한입 베어 물 때는 즉각적인 자극을 제공하나 총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뒷맛은 흐릿하다. 솔로 활동의 잠재력을 가늠하기에는 가수의 역할이 다소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멜로디의 변주 범위를 제한한 음악은 퍼포머의 역량을 드러내기를 망설이고 톡 쏘는 음색은 이에 맞춰 개성을 덜어낸 채 다듬어졌다. 신비로운 보컬 찹(Chop)을 활용한 ‘Blue maze’나 다채로운 구성에도 흔들림 없는 ‘Hyper dream’에 눈길이 더 가는 것도 타이틀 트랙의 넘칠 듯한 안정감에서 비롯된다. 유나를 위한 특제 아이스크림이지만 아직은 믿음직한 상표의 포장지에 갇혀 있다.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