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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는 집시였다
2026

by 박수석

2026.03.24

홀연히 멀어졌던 숨결이 나직이 곁으로 불어온다. < 0 > 이후 6년 만에 조용히 이루어진 알앤비 듀오 히피는 집시였다의 복귀는 문득 찾아와 짙은 울림을 남겼던 이들의 첫 등장과도 닮았다. 시작을 알리는 퍼커션의 잔향이 차츰 옅어지면 프로듀서 제이플로우와 보컬리스트 셉이 알고 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다. 그간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한 국내 알앤비 신에서도 비교군을 쉽게 찾기 힘든 개성은 여전히 양산형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


섬세한 배치 감각으로 조성한 소리 풍경이 기분 좋은 이완을 유도한다. 한 걸음씩 조심스레 옮기는 피아노와 넓고 얕게 퍼지는 백색소음, 그리고 현악기의 떨림에 가까운 가성과 중저음이 긴밀하게 서로를 조율하며 적막한 정경을 그린다. 필요한 만큼의 요소들로만 꾸려 정확한 목적을 부여하니, 과하지 않아 편안하고 단출하지만 비어 있지 않다. 채움보다 위력적인 덜어냄으로 완성한 음향 테라피.

박수석(pss105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