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영도, 지향도 아닌 투신에 가깝다. 홀로서기를 알린 ‘Smiley’부터 잇따른 ‘Smartphone’과 ‘Hate Rodrigo’는 당시 팝 펑크 스타일의 선전과 눈을 맞췄고, ‘네모네모’를 대표로 한 최근의 행보는 J팝 문법과 그 하위 장르를 응시했다. 그 덕에 주류보다는 한층 밑의 부류를 엮어 왔다는 인상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혁신만이 매 능사는 아니다. 이 또한 영리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고저와 장단이 선명했던 완성도 속에서도 언제나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 Love Catcher >는 다르다. 본인의 경험과 추억으로 무장한 K팝의 지난날을 파고들었으나 한 발 떨어져 바라본 모든 곳에는 최예나가 없다.
마니아층에 대한 노골적 편향은 대중성을 담보로 내건 선택이다. 급격히 몸집을 불린 시장만큼이나 앨범 단위로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근래의 K팝 바닥에선 불가피한 노선 중 하나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좁은 길만 고집할 수 있는가.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어렵다. 이는 곧 생존에 직결된 문제, 개성도 대중과 손을 잡을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룹 활동 이후 자신의 명찰을 내걸고 나름의 성과를 얻어냈던 기억은 다시 그를 출발기의 낮은 수위로 인도한다. 초입에 언급한 곡이 실험에 가까운 길을 열어준 건 분명하나 매 순간 낯선 시도만으로 일변하기에는 머지않아 마주할 피로감을 걱정한 결과다.
타이틀 곡 ‘캐치 캐치’는 그 산물이다. 외국의 최신 유행을 어느 누가 빠르게 국내에 이식하느냐의 싸움과 비우기보다는 최대한 눌러 담길 바라는 증폭 지향의 시류가 팽배한 오늘. 자극은 필수요, 그 대척에선 필요 이상으로 정돈하여 어디 하나 뾰족할 구석 없는 음악이 주를 이룬 가운데 최예나의 시선은 흔히 말하는 2세대 아이돌로 향한다. 시각적 요소는 그보다 앞선 시대의 이정현을 연상케 하지만, 위 환경 속 다수가 떠안은 이유 모를 싫증을 직시한 결론은 티아라나 브라운 아이드 걸스와 같은 선배를 소환해 주 소비층이 된 2030 세대를 품자는 식이다.
골자는 같다. ‘봄이라서’는 2000년대 후반 아이돌 그룹과 힘을 합친 래퍼의 지원 양식을 그대로 따르고, 애써 유치한 가사마저 당시의 잔상을 그린다. 딘딘과 정형돈이 맡은 토막을 걷어낸다면 연도를 조금 뒤로 밀어야겠으나 그럼에도 오늘로부터 열다섯 해 전을 내외로 한 2010년대 초반의 한 부분에 정착한다. 투애니원의 ‘Go away’가 구축한 울타리 안에서 잔뜩 웅크린 ‘스티커’는 싱어송라이터 윤마치와의 보컬 겨루기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끝내 제 목소리를 남기지 못한 형국이고, ‘4월의 고양이’와 ‘물음표’ 또한 빠른 템포의 음악과 같은 나이를 공유하며 그 시절의 발라드와 듀엣곡의 실루엣을 그대로 좇을 뿐이다.
문제는 혁신의 부재가 아니라 주체성을 상실한 답습의 집합체라는 사실이다. 짚은 지점과 그 공간의 탓일 수는 없다. K팝이 복고를 추구하는 데 있어 산업적으로 보폭을 늘려가던 약 이십 년 전의 시기도 이제는 더없이 활용 가능하겠다는 확신과 그렇다면 이를 오늘날에 어떻게 옮겨 심을 수 있을지에 대한 사례로는 기능할 수 있겠으나 해당 논점은 대중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니며 모든 연구 대상이 반듯하게만 존재하진 않듯 순간의 빈틈을 돌파하려던 시도만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대놓고 공략을 시도한 자신감만큼이나 특정 장면을 선물 받은 인상에 반가움도 잠시, 소수와 다수 어느 쪽을 겨냥하든 때마다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는 고민이 어느새 음악을 앞선다.
-수록곡-
1. 캐치 캐치
2. 봄이라서 (Feat. 딘딘, 정형돈)
3. 스티커 (Feat. 윤마치) [추천]
4. 4월의 고양이
5. 물음표 (Feat. 폴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