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시간이 꼭 필요했을까 묻게 된다. 혁신만이 언제나 능사는 아니고, 더구나 브루노 마스는 옛 음악에 누구보다 과감히 탯줄을 대고 있으니 그에게서 과거의 소리가 들린다 해도 그 또한 하나의 개성이고 취향이라 여겼다. 그 정점에 있는 앤더슨 팩과의 실크 소닉 프로젝트부터 최근 레이디 가가, 로제와 협업하며 강화된 그의 능청스러움 끝에 만난 < The Romantic >은 한 마디로 과하다. 듣기 편한 분위기 가운데 자가 복제를 한다 한들 본인의 선택이지만, 이미지 재소비와 남의 이름을 가져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MOR(Middle Of the Road) 형식을 파고들어 운전자를 겨냥하고 라디오와 거리를 좁힌다. 그 덕에 리드 싱글 ‘I just might’는 단번에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마리아치 호른으로 일찍이 작품의 방향성을 일러두고 멕시코의 볼레로에서 출발한 ‘Risk it all’은 때마침 불어온 라틴 팝 훈풍이 달갑다. 이어지는 ‘Cha cha cha’는 곡명처럼 쿠바 리듬에 어깨를 빌리고, 보사노바와 재즈에 손을 뻗은 다수의 트랙은 ‘청취에 부담 없는’ 음악만을 고집한 결과다. 그러나 그 과정에 1976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던 리오 세이어의 ‘You make feel like dancing’이나 커티스 메이필드의 ‘Move on up’은 물론 그가 음악 감독으로 활약한 영화 < 슈퍼플라이 >의 사운드트랙이 겹친다.
미국의 알앤비 그룹 스타일리스틱스의 ‘Rockin’ roll baby’와 ‘Peak-a-boo’를 닮은 필라델피아 소울의 낯익은 전개와 명암 대비를 위해 1972년 발매된 더 오제이스의 명작 < Back Stabbers >를 또 한 차례 끌고 오는 일은 되레 실크 소닉 명의의 < An Evening with Silk Sonic > 후속편에 어울린다는 인상을 남긴다. 아홉 곡이라는 비교적 짧은 볼륨 속에 브루노 마스의 것은 없다. 다시 첫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물론 < 24k Magic >의 화려한 비주얼과는 반대 노선을 작정한 만큼 힘들이지 않고 감정 전달에 충실한 크루너로서의 역량은 뛰어나다고 할 것이다. 다만 같은 맥락이라면 그릇에 담긴 가사의 깊이가 부족하다. ‘Grenade’와 ‘When I was your man’의 감동은 고사하고, ‘That’s what I like’의 위트도 모습을 감췄다.
브루노 마스의 느끼하면서도 뻔뻔한 매력과 이를 눌러주던 앤더슨 팩의 음악적 카리스마로 빚은 반세기 전 음악은 한바탕 해학으로 포장될 수 있었다. 몇 해를 지나 조력자 없이 홀로 시장에 뛰어든 그는 여전히 그때의 잔상에 갇혀있다. 음악적 한계치는 낮아진 반면 이미지는 그대로니 가벼운 인상만 놓인 꼴이다. 북적하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이토록 조용하길 바랐다면 더 고민했어야 한다. 끝없이 회자되는 오마주와 레퍼런스 문제 속 당신은 창작자냐 클래식 애호가냐 묻는 건 격이 다른 이야기다. 훗날 탁월한 보컬과 쇼맨십을 제외하고 그의 이름으로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려볼 때, 여전히 그의 등장기만을 이야기할 순 없지 않은가.
-수록곡-
1. Risk it all [추천]
2. Cha cha cha
3. I just might
4. God was showing off
5. Why you wanna fight?
6. On my soul [추천]
7. Something serious
8. Nothing left
9. Dance with 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