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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이영지
2026

by 손민현

2026.03.11

이 정도 순조로운 전환에 기회비용이 중요할까. 노래보다 랩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사실을 이영지 스스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선보인 재능만큼 장르 음악 집단에서도 높은 기대치와 성과를 강요받던 그는 선입견과 타인의 기준을 넘어 자신만의 방식과 메시지로 증명을 거듭했다. 래퍼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방송 프로그램에서 두 번이나 정상에 올랐고 디오와 합을 맞춘 ‘Small girl’과 이번 싱글에서는 완연한 팝 행위자로 나선다. 음악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로도 이미 후련한 힙합 졸업이다.


가벼움과 분노가 유행이 된 랩 게임과 떨어져 그는 좋아하는 대상 앞에서 삐걱거리며 로봇 춤을 춘다. 기계 소리를 형상화한 의성어나 인조 효과음이 귀여운 주제와 분위기를 살렸고, 가요에 어울리도록 농도를 조절한 라임과 멜로디 랩을 섞은 유려한 구성으로 부담 없는 청취 환경을 조성했다. 가창에 있어 자기 본연의 무기를 찾는 시간은 더 필요하지만, 발전 중인 가요 소화력을 충분히 증명한 곡. 풍부하고 단단한 음성과 진심 활용법이 부드럽게도 만났다.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