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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line
블랙핑크(BLACKPINK)
2026

by 정하림

2026.03.07

K팝 내 ‘K‘의 정형을 탈피한 블랙핑크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 Born Pink > 이후 개별 소속사와 본격적으로 전개한 솔로 활동은 개개인마저 아이콘의 궤도로 올려놓았다. 보통은 성공적인 홀로서기가 될지라도 그룹의 그림자를 지우기 어렵지만 멤버들은 K팝 생태계에 내재한 한계를 아득히 넘어섰다. 수많은 해외 뮤지션과의 협업, 전방위적 열풍을 불러 온 'Apt.', 주체성의 상징이 된 'Like Jennie'는 모두 한 명의 아티스트로 당당히 빛난 각자의 자취였다. 그렇다면 총합인 블랙핑크는 어디에 설 것인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와중에도 스스로를 갱신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은 < Deadline >으로 그 위치를 선언한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는 타이틀 'Go'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무거운 베이스와 덥스텝을 연상시키는 신시사이저가 요동치는 후렴구는 소리만으로도 어느 때보다 존재감이 뚜렷하다. 전자음악이 다시금 유행하는 K팝 신에서 대다수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하우스를 지향하지만 이들은 선공개 싱글 ‘뛰어(Jump)’가 그러했듯 과감하게 다른 노선을 질주한다. 위상을 극대화한 동력엔 그간의 작법을 담당해 온 테디 대신 일찍이 EDM과 접점을 마련한 크리스 마틴과 작년 레이디 가가의 'Abracadabra'로 댄스 플로어를 부활시킨 서쿳(Cirkut)의 투입이 주효했다. 낯선 무대지만 강렬한 카리스마와 확신의 발걸음으로 공간을 장악하니 소화에 무리가 없다.


구축한 아성은 수록곡에 들어 위태롭다. 한국어를 지우고 전면 영어 가사를 채택하며 노골적으로 세계를 겨냥하지만 차별점이 부재하다. 닥터 루크의 색이 강한 ‘Me and my'는 반복되는 트랩 비트 위에서 랩의 플로우 변화 없이 당당한 모습을 뽐내기에만 급급하고, 이재가 참여해 용기의 서사를 불어넣는 팝 록 'Champion'도 전형적인 흐름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코러스 정도가 전부다. 전 애인을 향한 복수의 심경을 담은 'Fxxxboy'는 소재와 구성 면에서 최근 팝스타를 그대로 따라간 로제의 솔로 앨범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 각각의 음색에 의존해 밋밋한 멜로디를 극복하려 한 것은 이름값에 맞지 않는 안일한 전략이다.


히트곡을 관통했던 공식을 내려놓고 완전한 현지화를 이루었으나 이 파격을 완벽한 도약으로 포장하긴 어렵다. 특히 긴 발매 주기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기대감까지 고려한다면 다섯 곡의 적은 분량과 에너지가 빠진 후반부는 뼈아프다. 혁명과 동일시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Blackpink'll make ya'라 선포하며 경지에 오른 자의 전능함을 보여줬다면 결과물 또한 그 명성에 상응해야 한다. 이번 작품으로 독립적인 브랜드의 청사진은 모호한 상태. 고상한 품위를 받치는 새로운 방향성을 챙겨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수록곡-

1. 뛰어(Jump)

2. Go [추천]

3. Me and my

4. Champion

5. Fxxxboy

정하림(sielsia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