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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Loving
올리비아 딘(Olivia Dean)
2025

by 남강민

2026.03.07

이론보다 경험, 그보다 기술이다. 에리히 프롬이 쓴 동명의 교과서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랑의 다양한 얼굴은 올리비아 딘의 알록달록한 그림일기 속에 가득하다. 사랑에 빠지고 만끽하는 장면부터 이별의 혼란을 감내하는 모습까지 자기 자신이라는 초점을 유지하는 여유에는 숙련된 장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네오 소울의 전형인 듯한 흑백 표지를 벗겨내면 데뷔작 < Messy >의 활기와 본인의 취향을 반영한 복고풍의 속지가 시시각각 새로운 질감으로 몰아친다. 

고전만큼 좋은 그릇도 없다. 깊은 음색으로 펼쳐낸 러브스토리가 어쿠스틱으로 만든 편안함에 담기는 순간, 평범한 경험담은 낭만 가득한 지침서가 된다. 지난가을을 경쾌함으로 물들였던 ‘Man I need’나 관계의 진전만큼 새로워지는 ‘나’를 그린 ‘Baby steps’ 등 레트로 위에 봉고와 펑키(Funky) 리듬을 더한 분위기 변주는 감정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도 서로에게 충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청각적으로 연출한다. 활기찬 보사노바 ‘So easy’, 재즈풍의 ‘Lady lady’처럼 직관적으로 장르가 드러나는 트랙 역시 익숙함이 주는 이완 덕에 메시지는 더욱 또렷하다.

단순한 배경 속에서 영감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도 꽤 즐겁다. 알앤비의 모태인 모타운의 정취는 ‘Nice to each other’에서는 코러스의 형태로, ‘A couple minutes’에서는 재현 수준으로 녹아든다. 시대를 넘나드는 입맛과 자기 색으로 적절히 녹여내는 감각은 모티프의 쓰임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가능한 것. 1960년대를 가져온 듯한 ‘Close up’의 브라스에 집중하다 보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소울이 은은히 느껴지고 미니멀한 ‘I’ve seen it’에서는 1980년대 빌 위더스의 멜로디가 떠오른다. 뚜렷한 고조 대신 향수를 자극하는 지점에 무게를 둔 균형감이 흥미롭다.

컨트리와 라틴 음악이 강세였던 지난해였지만 알앤비 신에도 굵직한 대표주자가 여럿 자리 잡았다. 지난 거장을 재료 삼아 스스로를 조립하는 디종이나 정석의 계보를 잇는 켈라니처럼 목소리를 뛰어넘는 소울은 발전하는 창의력으로 장르적 진보를 이끈다. 두 번째 정규작 만에 완성된 올리비아 딘의 단단한 확신 또한 그들과 어깨를 함께한다. 맥시멀리즘의 세상에서 안정감과 섬세함을 뽑아내는 ‘사랑의 기술’로 잊고 있던 감정에 온도를 불어넣은 < The Art Of Loving >. 담백한 만큼 선명하다.

-수록곡-
1. The art of loving
2. Nice to each other
3. Lady lady
4. Close up
5. So easy (To fall in love) [추천]
6. Let alone the one you love
7. Man I need [추천]
8. Something inbetween
9. Loud
10. Baby steps [추천]
11. A couple minutes
12. I’ve seen it
남강민(souththriver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