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Core - 核
엑스지(XG)
2026

by 박시훈

2026.03.07

전원 일본인 그룹 엑스지는 K팝에 내재한 모호함을 탐색한다. 한국의 제작 방식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힙합과 알앤비, EDM에서 차용하는 음악들은 변형을 거치지 않은 본연의 색채가 선명하다. 여기에 현지의 패션을 덧댄 공상과학 비주얼까지 합세하니 하나의 기준으로 정체성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주장하는 ‘X팝’은 이러한 복합 문화적인 특성에서 비롯된다. 각종 계보를 참조한 디스코그래피가 동시대 팀들과의 차별점과 더불어 고도로 발전한 아이돌 산업에 또 다른 형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외부적인 논란들이 존재하나 내부적으로는 주목할 요소가 많다. 

첫 번째 정규 앨범 < The Core - 核 >는 제목 그대로 그룹의 핵심을 집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다방면의 장르를 포섭해 온 이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꺼내 든 해법은 가장 날카롭게 세공한 전자음악의 활용이다.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Gala’가 그 예시로 이 곡의 후렴구는 신시사이저와 효과음을 중심에 내세웠다. 구간별 강조 지점을 명확하게 설계한 가운데 랩과 보컬이 치고받는 구조가 음악의 긴장감과 함께 다층적인 연출을 견인한다. 하우스에 투 스텝을 결합한 타이틀 ‘Hypnotize’도 동일하다. 다채로운 목소리로 전개하다가도 코러스 파트에서는 악기를 부각해 세련된 분위기와 강렬한 인상을 동시에 이끌어 낸다. 설정된 경로대로 끊임없는 청각적 쾌감이 뒤따른다. 

두 곡의 장악력이 엑스지 음악의 역동성을 압축한 반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수록곡들의 구현 방식은 평이하다. 다양한 장르를 동원하는 전략이 아이돌 앨범의 덕목이라지만 매번 관성을 비틀어 과감함을 표출했던 이들에게 정형화된 궤도를 따르는 일은 고유성을 덜어내는 것과 같다. 미니멀한 트랩 알앤비 ‘Rock the boat’는 그룹이 가벼운 팝 스타일을 지향했을 때 멜로디 운용이 미숙하다는 점을 노출하고 디스코 넘버 ‘Take my breath’는 21세기 레트로의 선구자 격인 두아 리파의 영향이 짙다. 준수한 만듦새와 별개로 굳어진 틀에 순응하는 소화력이 다름을 강조해 왔던 ‘X팝’의 표본이라 보기는 어렵다. 

표방과 실현의 간극은 후반에 들어서도 좁혀지지 않는다. 애틀랜타 베이스에 올라탄 ‘Up now’와 펑크 록을 발판 삼은 ‘O.R.B’ 등 한 차례 거센 흐름을 주도했던 여타 K팝 그룹의 잔상이 스쳐 가는 이곳에서 엑스지만의 표현법은 희미하다. 전자는 장르가 요구하는 선율에 충실하나 이를 수행하는 랩과 보컬의 이분법은 일종의 공식에 그치고, 후자는 비속어를 후렴에 접목한 대범함이 무색하게 전반적인 구성은 지극히 안정적이다. 포크 발라드 ‘4 Seasons’ 역시 앞선 곡들과의 큰 낙차를 도드라지게 만드는 상투적인 마무리로 귀결된다. 기존의 질서를 전복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온 팀의 개성이 오히려 관습의 안락함에 잠식됐다. 

손에 쥔 패를 얼마나 활용했느냐가 관건이다. 규격을 상회하는 폭발적인 랩 송 ‘Woke up’이나 엠플로(m-flo)의 곡을 샘플링하여 뿌리를 탐구한 ‘IYKYK’처럼 수년간 펼쳐 보였던 순도 높은 양식들을 가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앨범은 적당한 구색을 갖추는 데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 명확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수록곡들은 정해진 할당량을 이행하는 데 급급하고 개별적인 접근법 또한 익숙함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 강점을 충분히 발휘했는가, 혹은 도약을 위한 포석이라도 마련했는가. 남겨진 물음에 대한 답변은 뒤로 한 채 엑스지는 확실한 느낌표를 찍기보다는 그럴싸한 쉼표에 안주한다.

-수록곡-
1. Xignal (The intro)
2. Gala [추천]
3. Rock the boat 
4. Take my breath
5. No good 
6. Hypnotize [추천]
7. Up now
8. O.R.B (Obviously reads bro)
9. 4 Seasons 
10. PS118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