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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자우림
2025

by 정하림

2026.02.24

오랫동안 자우림은 한 가지 속성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발랄하게 웃다 때론 날카롭게 돌변했고, 영원한 관계를 노래하다 고독하게 홀로 있길 택하기도 했다. 양극단을 차례로 오가면서도 음반마다 새길 수 있었던 변화엔 연극적인 김윤아의 보컬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다채로웠던 빛깔의 숲이 이번엔 화를 내며 역동한다. 팔색조의 매력이 잦아든 < Life! >는 일관되게 사나운 기세로 사람들을 덮친다. 


사색은 접어두고 분출에 에너지를 쏟는다. 'Péon péon'의 태도를 견지한 '라이프!'의 춤은 무기력을 떨쳐내려는 몸부림에 가깝고, 맥락 없는 분노에 휘말린 주변의 여성을 위한 '마이걸'은 신경질적으로 왜곡된 일렉트릭 기타와 과격한 가사를 내뱉어 대상을 구출한다. 제목부터 파격적인 '렛잇다이'는 둔탁한 드럼을 포함한 공격적인 연주로 체제를 전복시킬 듯 질주하더니 그 추진력을 '유겐트'까지 보낸다. 악기 추가 없이 정직한 밴드 구성만으로 낡은 과거와 무차별적 혐오를 난사하는 요즘 세대를 겨냥한 일갈이 매섭다. 


원래도 자우림은 사랑부터 추억, 절망, 사회 비판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 왔다. 다만 본작의 주제를 생각하면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을 것이다. 처음으로 타이틀을 세 곡이나 지정한 시점에서 수록곡을 한 편의 스토리로 배치한 의도는 다분하다. 전반부 ‘라이프!’나 ’카르마‘처럼 미시적인 시선이 각 개인에게 닿고 나면 후반부의 보다 확장된 객체가 현실과 확실한 접점을 마련한다. 모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공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연출이다.


빽빽한 흐름에도 작법과 정서는 올곧다. 작품 중심에 위치한 '스타스’는 음악적인 면에서 ’Something good’이나 ‘반딧불’과 같은 낭만적인 색채와 닮아 있다. 가장 힘차게 승리를 예견하는 '아테나' 역시 그럼에도 사랑과 희망을 찾고 말리라는 그간의 긍정 화법을 녹인 앤섬이다. ‘바쿠스’처럼 잔치를 벌일 수 있음에도 ‘콜타르 하트'로 종결하며 녹록지 않은 세계를 다시금 인식하는 모습은 끝까지 자우림답다. ‘낙천적 패배주의’라는 뿌리를 공고히 다지는 마무리가 곧 이들의 뚝심이다.


분노로 쓰인 노래는 사실 치열한 분투의 현장이었다. 지난한 생활을 극복하고자 하는 소망, 더 이상 비극을 마주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 잃어버린 이성 속 중심을 잡자는 호소까지 기수에 선 목소리가 절박하다. 본디 이러한 감정의 격정적 발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대상과 내용이 모두 정확해야 한다. 시도는 누구나 하지만 실속까지 챙기긴 어려운 이 과제를 완수한 배경에는 꾸준히 세상에 필요한 의미를 부여해 온 시간이 자리한다. 외침으로 찍은 느낌표가 통쾌하게 삶을 꿰뚫었다.


-수록곡-

1. 라이프! Life! [추천]

2. 마이걸 My girl [추천]

3. 뱀파이어 Vampire 

4. 카르마 Karma [추천]

5. 스타스 Stars [추천]

6. 렛잇다이 Let it die

7. 유겐트 Jugend

8. 아테나 Athena [추천]

9. 바쿠스 Bacchus

10. 콜타르 하트 Coaltar heart

정하림(sielsia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