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씨엔블루의 음악은 원색을 발산한다. 대표곡 ‘외톨이야’, ‘Love’, ‘직감’이 구체화한 서늘한 팝 록은 이들의 푸른 형태를 상징하고, ‘사랑빛’과 ‘이렇게 예뻤나’를 이은 프런트맨 정용화의 자작곡은 달콤한 빛을 내뿜는다. 멤버 탈퇴 등 여러 파란에도 그룹을 지킬 수 있었던 두 개의 물리적인 축은 팀의 정체성과 선명한 대중성이다. < 3Logy >로 완연한 어른 세계에 도달한 소년들은 이제 과거를 돌아보고 세상에 적응하는 영리함까지 갖췄다.
노골적인 분리가 매끈하고 직관적이다. 영어만으로 추려진 전반부는 신나게 내달리고 국문이 추가 기재된 이후는 비교적 차분한 감상을 인도한다. 여는 곡 ‘Ready, set, go!’부터 최근의 청춘 밴드 데이식스, 큐더블유이알이 지향하는 찬란한 코발트블루 색감과 같은 결. 여기에 상투적인 멜로디가 추억을 상기하는‘사소한 것들이 좋아서’는 기존의 단순하고 직선적인 청량미까지 더한다. 일본 활동에선 변화의 축을 계속 바꿔서 움직여왔다면, 한국 복귀의 핵심은 원조 씨엔블루 정체성을 잇고 진지하게 현재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허투루 넘어가지 않은 후렴 음정 하나, 성의 있는 리프나 변주 모두 같은 맥락이다. 기타 피킹 구간과 솔로 연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청록빛 ‘Lowkey’나 밤하늘을 모방한 ‘To the moon and back’ 등 채도 조율이 능란하다. 전체를 보면 양상이 균질하지는 않다. 타이틀로 내세운 ‘Killer joy’의 몇몇 사운드 소스는 곡의 지향과는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학창 시절 록 발라드와 잔나비의 서정성을 섞은 ‘그러나 꽃이었다’, 통기타의 떨림과 풍성한 현악기로 장식한 ‘우리 다시 만나는 날’도 그 아이디어에 비해 중심이 되어야 할 목소리와 멜로디는 따로 논다.
몇 군데 음영은 남지만 오늘날 기준에서는 균형 잡힌 그라데이션이다. K팝은 기꺼이 록 사운드를 받아들이고 밴드 신에는 아이돌 문화가 번졌지만, 생존전략의 명분은 더없이 흐릿해진 시대다. 신인 밴드는 작품의 예술성보다 팬심에 치우치고, 분업화된 K팝 그룹은 작품성 인정에 목말랐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치우치지 않아야 섞일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잘 지킨 편. 흐릿한 통섭의 시대에 씨엔블루의 확실한 파란색이 유효한 이유다.
-수록곡-
1. Ready, set, go!
2. Killer joy
3. Lowkey [추천]
4. To the moon and back [추천]
5. Bliss
6. 그러나 꽃이었다 (Still, a flower)
7. 우리 다시 만나는 날 (Again)
8. 기억의 온도 (The temperature of memory)
9. 사소한 것들이 좋아서 (Little things) [추천]
10. 인생찬가 (Anthem of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