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의 회상을 염두에 두기라도 한 듯 젊은 기세가 충만하다. 인기 아이돌의 리더에서 힙합 레이블의 수장, 기획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몸소 경험한 박재범의 야심작 보이그룹 롱샷은 프로듀서의 패기를 이어받은 데뷔 EP < Shot Callers >를 통해 장르의 경계를 출발선으로 삼은 포부를 드러낸다. 자신만만하고 삐딱한 사진 속의 모습만을 기억하기엔 앨범에 녹인 고백이 더 파격적이다. 당당함과 자유로움에 숨긴 청춘의 불안과 다짐에는 힙합과 K팝이 갖는 몇 안 되는 공통분모, 간절함의 낭만이 가득하다.
다섯 곡의 구성에도 짜임새는 풍성하다. 이미 타고났기에 직진만 한다는 ‘Saucin’’을 선공개하며 신인의 기백을 보여주는가 하면 첫 트랙 ‘Backseat’은 지금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각오를 담아 시작의 진정성에 힘을 싣는다. 대중을 사로잡기 위한 요소도 톡톡하다. 기타 리프가 만든 ‘Moonwalkin’’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멤버 루이의 미성 보컬로 그 오묘함을 극대화했고, 알앤비 ‘Facetime’은 휴대폰 효과음을 삽입해 2006년의 감성에 2026년의 감각을 더한다. 힙합이라는 일관성 속에서 나름의 다이내믹을 배치한 센스엔 Z세대만의 신선함이 묻어있다.
많은 그룹이 ‘아티스트’라는 키워드를 개성으로 택하는 작금의 K팝 신이지만 < Shot Callers > 는 유독 새삼스럽다. 아이돌의 정형성을 탈피한 코르티스나, 개인 단위의 화제성을 서사로 삼은 올데이 프로젝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롱샷의 ‘맨땅 감성’은 단순히 인지도나 제작 지분의 차이보다는 완전에 가까운 자율성에서 비롯한다. 제작에 이어 믹싱까지 전 멤버가 참여한 ‘Never let go’가 앞선 곡과 다른 청량한 팝이라는 것만 봐도 팀의 지향에는 가능성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날 것의 참신함은 전자음악과 댄스 팝이 주류인 요즘 맥락 덕에 부각된 ‘다름’의 결과이기도 하다. 온갖 실험적인 사운드로 K팝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는 타 그룹에 비해 과거를 되짚으면 멀지 않은 곳에서 비슷한 정취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 자체의 독창성을 거론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롱샷의 버저비터는 지금 찾아보기 힘든 2, 3세대 아이돌 특유의 독기를 겨냥했고, 성공에 목마른 힙합 정신을 조준한다. 판도의 자극점을 정확히 짚은 뉴페이스의 3점 슛.
-수록곡-
1. Backseat
2. Saucin’ [추천]
3. Moonwalkin’ [추천]
4. Facetime
5. Never let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