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스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명제를 지지하는 팀 중 하나다. 13년의 세월을 지나온 이들은 인디 신이 나름의 힘을 회복할 때도, 세계를 휩쓴 감염병에 지쳐 많은 밴드가 사라져갈 때도, 그리고 지나갈 한 철의 유행이라 생각했던 의심이 기대로 바뀌는 요즈음에도 쭉 자리를 지키며 저력을 증명해 왔다. 독특한 기획으로 눈길을 끈 < 퓨처 펑크 스테이지 > 등 다양한 공연 위주로 속도를 끌어올린 2025년, 한해의 문을 닫는 시점에 새 EP로 불쑥 찾아온 이 4인조는 아직 쉬어갈 생각이 없다.
바로 이전 < N/A >에서부터 이어온 회색빛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활용이 더욱 과감해졌다. 세련된 질감으로 도회적 상쾌함을 풍기던 활동 초기와 달리 솔루션스를 정의하던 전자음은 이제 차가운 파형의 기계음을 내며 혼란스러운 내면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뒤틀린 소음의 ‘혼’과 ‘문’뿐만 아니라 비교적 차분한 ‘숨’이나 ‘얼룩진 마음을 사랑으로 지울 수 있다면’에서도 어딘가 시린 구석이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맞춰 가볍게 툭툭 던지는 가창에서 길을 잃은 음성으로 변모한 보컬의 전환까지 더없이 조화롭다.
한층 무거워진 주제만큼이나 복잡해진 곡의 구조와 별개로 특유의 대중적 감각은 여전히 날이 서 있다. ‘혼’이 끊임없이 패턴을 어지러뜨리며 무너지는 마음을 노래하고 영국 밴드 카사비안의 초기 곡 ‘Club foot’이 떠오르는 ‘문’에서 본격적으로 그 균열의 틈에 몸을 던지지만, 반복되는 구절과 후렴의 선율은 흔들림 없이 선명한 궤적을 그린다. 도처에 깔린 호흡의 전환이 무질서를 형상화하는 중에도 그저 따라 부르고 싶은 멜로디가 일당백의 힘으로 전체를 지탱한다.
전작이 쏘아 올린 홈런에 이어 호쾌한 연타석 장타를 날렸다. 자신들의 장점을 절묘하게 배합한 < N/A > 이후 솔루션스는 거기서 실험의 영역으로 반 발짝 더 내디딘 < 우화 >를 통해 부드러운 듯 급격한 전환을 완성했다. 심화와 변화 사이 최선의 균형 찾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에도 이를 가능케 한 바탕엔 긴 시간을 우직하게 버틴 끈기와 꾸준함이 있다. 정답이랄 게 없는 음악에서 이들이 직접 체득한, 가장 정직한 해법이다.
-수록곡-
1. 틈
2. 혼 [추천]
3. 문 [추천]
4. 숨
5. 얼룩진 마음을 사랑으로 지울 수 있다면 [추천]
6. 원
7. 종 [추천]
8. 멸
9.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