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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fm
진보(Jinbo)
2025

by 정하림

2026.01.03

대대로 외연을 넓혀 온 진보의 계산된 숨 고르기다. 과거 K팝 히트곡에 알앤비 감성을 주입했던 < KRNB >와 전자음악을 흡수해 프로듀싱 능력을 각인시킨 < Fantasy >, 소울 현지화를 이뤄낸 < Popomo >까지 그는 흑인음악을 기저에 두고 끊임없이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했다. 쌓이는 연륜에 무게감도 비례하는 게 정설이지만 20주년을 맞아 발매한 < Jbfm >은 도리어 가볍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한 편의 정겨운 라디오 에피소드 앞에선 22곡이라는 분량도 무색해진다.

무겁지 않은 구성엔 스킷 활용이 주효했다. 전작 'Happy habits' 막바지에 등장했던 나레이션과 유사한 이 연결고리들의 정체는 핸드폰 내 음성 메모다. 정제한 메시지보다 진행과 일상적인 대화가 혼재된 단편은 볼륨을 줄이면서도 위트를 가미해 전체적인 중량 조절을 이뤄냈다. 한 인터뷰에서 개인화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결과라 언급한 부분까지 포함한다면 빈도나 임팩트와는 별개로 의도 면에서 충분히 납득되는 연출이다.

사연을 담당하는 노래에선 번뜩이는 소리는 옅어졌어도 탄탄한 실력이 여전하다. 1990년대 소울의 향수를 데려오는 '느낌이 와'가 < Afterwork > 시절을 환기한 데 이어 'Gold skin'과 'Blueberry eyes' 위에선 농익은 보컬이 빛난다. 사랑을 줄곧 응시하며 순간의 감정을 진하게, 구체적으로 묘사해 온 그의 표현력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자극적인 드럼이 몰아치는 '눈을 떠'나 미니멀한 비트의 'Milk'에선 랩도 부지런히 오간다. 다재다능한 면모를 발휘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훅까지 챙긴 여러 노래에서 꾸준히 진보한 그동안의 모습을 본다.

세월에 따른 확장은 가사에서 두드러졌다. 가족과 인생을 회고하는 'Times of our lives'엔 '우린 그저 선물 받았을 뿐'이라는 태도가, 저스디스의 날 선 랩이 더해진 '종살이'엔 구조에 순응하는 현실 속 주체성을 향한 의지가 서려 있다. 내내 설파한 열정적인 사랑과는 사뭇 다른 주제다. 여생이 줄어드는 만큼 시간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여유와 나에게만 갇히지 않는 더 넓은 시선을 선물한다. 이를 투영하듯 삶을 자연스레 흡수한 음악이 진솔하다.

감상 끝에 자리하는 편안함만을 남기기엔 곱씹어 볼수록 좋은 구석이 많다. 개별 트랙의 존재감이 강해질수록 앨범 전체는 약화되는 경우가 잦은 시점에서 타이틀부터 수록곡까지 각각의 장점이 균등한 덕분이다. 유머러스한 구간을 느슨하다 처리하기엔 그마저도 흐름의 일부니 결국 전체를 듣게 된다. 작가주의의 관점에선 힘을 주기보다 빼는 것이 어려운 법이지만 역시 새로운 시도의 연장선. 오래도록 무기를 갈고 닦은 아티스트에겐 간주마저도 진화의 일부다.

-수록곡-
1. Jbfm #1
2. 느낌이 와 [추천]
3. Jbfm #2
4. All kinds
5. Jbfm #3
6. Love like purple
7. Jbfm #4
8. Gold skin [추천]
9. Times of our lives (Feat. The Quiett) [추천]
10. Jbfm #5
11. 종살이 (Feat. JUSTHIS) [추천]
12. 눈을 떠
13. Jbfm #6
14. Light
15. Jbfm #7
16. Blueberry eyes [추천]
17. Jbfm #8
18. Milk
19. Jbfm #9
20. 고독한 남자 (Feat. Bizzy)
21. Jbfm #10
22. Ease your mind (Feat. Dopein)
정하림(sielsia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