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아이 인터뷰
이프아이(ifeye)
한 해에 수많은 신인 그룹이 등장하는 K팝에서 대중에게 가닿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제 레드 오션이라는 표현도 진부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 험난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2025년을 빛낸 팀은 과연 어디일까. 여러 이름이 앞다투어 등장하겠으나 하이엣엔터테인먼트의 첫 삽을 뜬 이프아이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배경으로 뛰어난 보컬을 펼쳐낸 ‘Nerdy’는 분명 신선하고 또 충격적인 시작이었다.
< Erlu Blue > 이후 3개월 만에 < Sweet Tang >으로 컴백하며 양(量)도 갖췄다. 어린 나이로 데뷔 당해부터 열심히 달려온 멤버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날의 인터뷰 역시 십대다운 발랄함과 그 속에 숨겨진 진지함이 교차하며 드러났다. 가장 도드라졌던 점은 역시 음악적인 욕심.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등장하는 한편 찬찬히 미래를 그려나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모든 순간은 훗날 이프아이의 밝은 모습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왼쪽부터 카시아, 라희
벌써 데뷔 후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활동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나?
사샤: 무대를 많이 서며 점차 즐기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모두 열심히 노력 중이다.
카시아: 데뷔 하루 만에 시구했던 일도 떠오른다. 비도 많이 왔던 날이라 많이 떨렸던 기억이다.
각자의 연습생 기간과 데뷔 준비를 시작하게 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원화연: 1년 4개월 정도 연습했다. 초등학교 때에는 조금 막연한 꿈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캐스팅을 받으며 목표와 꿈이 뚜렷해졌다.
사샤: 1년 반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방향을 정리할 수 있었다.
태린: 회사의 1호 연습생으로 들어와 4년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쳤다. 원래는 어릴 때부터 춤을 춰 왔기에 스트리트 댄서가 꿈이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재미 삼아 본 오디션이 합격하며 아이돌의 꿈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카시아: 날짜도 정확히 기억한다. 2022년 11월 16일에 연습생을 시작했다.
미유: 3년에 걸쳐 연습생으로 지내며 데뷔를 준비했다.
라희: 미유와 마찬가지로 약 3년 정도였다.
라희를 제외한 멤버들은 본명과 연관 없는 예명을 지어 활동 중이다. 각자의 이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까?
미유: 낙천적이고 애교 많은 성격을 반영해 ‘Me & You’라는 문장에서 가져왔다.
사샤: ‘사랑스럽고 샤방샤방하다’의 준말이다.
태린: 본명이 ‘지우’인데, 그 이름으로 활동하는 선배님들이 많아 고민하던 중 ‘클 태’에 ‘맑을 린’을 사용했다.
카시아: 연습생 때부터 카리스마 있고 시크한 이미지에 맞춰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에 ‘카리스마 넘치고 시크한 아이돌’을 줄였다. 어릴 적부터 쓰고 싶던 이름이기도 하다.
데뷔곡 ‘Nerdy’는 뛰어난 보컬이 두드러지고, 그 밖의 곡들에서도 퍼포먼스가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트레이닝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라희: 녹음 당시 첫 주자였다. 어떻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을지 디렉터 분과 많이 연구했다. 이후 두세 차례 더 디테일한 수정을 거쳤고, 특히 브릿지에서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을 많이 신경썼다. 비브라토 보컬을 특이하게 내는 구간이 킬링 포인트라 생각해 멤버들끼리 서로 의논하기도 했다.
카시아: 재녹음 과정에서 우리만의 보컬 색깔을 찾았다. 또 다른 성장을 이뤄낸 곡이라는 생각이다.
‘Nerdy’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괴짜 같은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프아이의 ‘Nerdy’는 사랑과 관련한 가사를 담고 있다. 멤버들은 제목과 가사를 어떻게 해석했는가.
카시아: 첫사랑의 뚝딱거림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로봇처럼 긴장한 모습을 ‘Nerdy’에 비유한 것이다. 춤과 표정을 비롯한 퍼포먼스에서도 그런 의도를 살리려고 많이 공들였다. (‘Nerdy’의 도입부에서 머리를 묶으며 등장했다가 ‘R u ok?’에서는 반대로 푸는 연출도 기억에 남는다.) 류재준 PD님의 아이디어였다.

왼쪽부터 태린, 사샤
이프아이의 총괄 프로듀서는 안무가 류재준이다. 오히려 춤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기에 보컬을 더 중점적으로 연습했을 것 같은데.
라희: 특히 라이브를 꼼꼼히 봐 주셨다. 보컬과 댄스가 완벽히 합쳐질 때 우리의 무대가 빛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열심히 연습했다.
태린: 몽환적인 곡과 다르게 안무가 많이 힙한 편이기에 두 요소를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오히려 춤만 추면 에너지가 나지 않는다. (웃음) 우리 그룹의 최대 장점은 라이브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나이로는 중간인 카시아가 리더가 된 이유가 있을까? 동시에 리더로서 가장 힘들고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지.
카시아: 언니와 동생들 사이에서 의견을 잘 조율하라는 의미로 부여하신 것 같다. 처음 리더라는 직책을 맡았기에 배워가는 점이 많다.
원화연: 연장자라 리더가 될 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웃음) 카시아가 연습생을 오래 한 만큼 우리의 의견을 잘 수렴해 이끌어주고 있다.
미유: 나와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러운 점도 많고 책임감을 지닌 리더다.
라희: 생일로 따지면 카시아와 큰 나이 차이는 나지 않지만 (웃음) 그래도 잘해 나가는 모습이 기특하다.
지금까지 두 장의 앨범을 통해 모두 11곡을 발표했다. 이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와 그 이유는?
원화연: 아무래도 데뷔곡 ‘Nerdy’다. 준비 과정에서 얻은 것과 처음 경험한 게 많다.
미유: 두 번째 타이틀곡인 ‘R u ok?’다. 아쉬웠던 부분을 많이 보완할 수 있어 좋았다.
사샤: ‘Lover boy’에 내 목소리 톤과 장점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 제일 애착이 간다.
태린: ‘둥글게 둥글게’다. 어릴 때 들었던 동요를 따왔다 보니 녹음도 재미있게 했고 나의 보컬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콘서트에서 선보이게 된다면 신나게 뛰어다니며 공연하지 않을까. (‘둥글게 둥글게’는 < 오징어 게임 3 >에서 힌트를 얻어서 나온 곡인가?) 그렇다. 동요를 이프아이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분위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라희: 볼륨을 크게 높이고 ‘Nerdy’를 처음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카시아: 마찬가지로 ‘Nerdy’다. 화연 언니 말처럼 모든 게 처음이었던 때라 큰 감동이 있었다.
벌써 랩(‘Bubble up’), 라틴(‘Loverboy’), 팝펑크(‘Friend like me’)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추후 시도해 보고 싶은 스타일을 말해 달라.
라희: 반전 매력으로 레이지 같은 장르를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또 기타 연주를 좋아해 팝 록이나 인디 록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태린: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댐핑감이 강한 힙합이 떠오른다.
원화연: 최근 장르 간의 경계가 옅어지는 만큼 우리가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까지 도전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떠오르는 것으로는 태린이와 마찬가지로 힙합이 있다.
미유: < Erlu Blue >나 < Sweet Tang >과는 다르게 어두운 느낌을 극대화해도 좋겠다.
사샤: 미유 언니의 말처럼 더 무게감을 싣거나, 반대로 아예 완전히 청순한 콘셉트도 재미있을 것 같다.
카시아: 리더로서 우리가 지닌 음악적 잠재력이 높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특정 장르에 얽매이기보다는 이프아이의 상징인 ‘청순 시크’를 잃지 않고 다양한 매력을 함께 보여주고 싶다. (‘청순 시크’에 대해 설명을 덧붙인다면?) 어린 나이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청순함이다. 퍼포먼스적으로는 보이시한 더 느낌을 살리고자 한다.

왼쪽부터 미유, 원화연
다른 선후배나 동료의 곡 중 탐이 나는 노래도 있는지.
원화연: 트와이스 선배님의 ‘Feel special’. 이프아이의 몽환적인 콘셉트와도 어울리고 가사도 감동적이다.
미유, 카시아: 블랙핑크 선배님의 ‘Lovesick girls’를 우리만의 색깔로 표현해 보고 싶다.
사샤, 라희: 에스파 선배님의 ‘Dirty work’처럼 묵직하며 강렬한 곡을 정말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여러 음악을 챙겨 듣는 것 같다. 꼭 K팝이 아니더라도 쉴 때마다 재생하는 곡이 있는지.
태린: 국내 밴드인 웨이브 투 어스의 노래를 좋아한다.
미유: 요즘은 아리아나 그란데와 토리 켈리를 자주 듣는다.
사샤: 마찬가지로 아리아나 그란데. 며칠 전 < 위키드: 포 굿 >을 멤버들이 다 함께 봤다.
라희: 장르를 가리지 않는 편이다. 최근에는 플레이보이 카티나 해외 알앤비 가수들을 공부하고 있다.
자신을 가수로 이끈 롤 모델과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는다면?
원화연: 여자친구 선배님 노래를 초등학생 때 많이 들었다. ‘너 그리고 나’를 친구들과 함께 연습해 공연했을 정도다.
미유: 블랙핑크의 로제 선배님을 연습생 때부터 존경해 왔다. 뚜렷한 스타일과 보컬을 배우고자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Gone’이다.
라희: 역시 로제 선배님을 보며 연습생 생활 속에서 꿈을 키웠다. 특히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
사샤: 학창 시절 직접 안무를 하나하나 익힐 정도로 좋아했던 트와이스 선배님이 떠오른다. 제일 자주 듣고 좋아하는 곡은 ‘TT’다.
태린: 연습생 때부터 블랙핑크 선배님을 보며 많은 배움을 얻었다. 그만큼 색깔이 뚜렷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카시아: 나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헤맬 때 블랙핑크의 제니 선배님에게 영감과 동기부여를 얻었다. 올해 발매된 < Ruby >의 ‘Like Jennie’도 정말 인상 깊게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즘 공식 질문이다. 인생 아티스트, 곡이나 앨범을 말해 달라.
원화연: 아이유 선배님의 ‘별을 찾는 아이’다. 연습생 때 보컬 레슨을 하며 알게 되었는데, 가사와 목소리만으로 위로되는 느낌을 받았다.
미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해 아리아나 그란데의 ‘Supernatural’을 제일 많이 들었다. 지금도 이어폰 양쪽을 다 꽂고 노래에 완전히 빠지곤 한다.
사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하는 트와이스 선배님의 ‘TT’를 꼽겠다.
태린: 로제 선배님의 ‘Number one girl’. 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곡인 만큼, 나도 언젠가는 이프아이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그런 노래를 꼭 불러 드리고 싶다.
라희: 운동하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트와이스 선배님의 ‘Feel special’을 들으면 나 역시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힘이 난다.
카시아: 권진아 선배님의 ‘시계 바늘’. 잔잔한 분위기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진행: 소승근, 손민현, 한성현, 박승민
정리: 박승민
사진: 한성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