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은 자신이 만든 걸그룹이 댄스와 퍼포먼스만으로 주목받는 것을 경계한 조치였을까? 유명한 K팝 안무가 류디는 자신이 설립한 하이햇 엔터테인먼트 소속 6인조 이프아이에게 가창력과 화음을 강조한 ‘Nerdy’를 데뷔곡으로 점지했다. 그만큼 이 노래는 부르기 힘들다. 낮은 음과 높은 음을 이음새 없이 부드럽게 이어서 뽑아내는 프리코러스와 주요 멜로디 구간을 위해 멤버들은 가멸찬 노력과 여러 차례의 녹음으로 벅찬 임무를 완수했다.
명징한 소리의 궁전 안에서 퍼지는 곡조는 월드뮤직을 흡수한 1980년대의 팝음악처럼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아프로 비트를 살짝 가미해 비트를 분절하고 그 위를 유려한 선율로 매끄럽게 마감한 ‘Nerdy’는 신비롭게 흥겨우며 아늑하게 시원하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인들의 분기탱천(憤氣撑天)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을 풍요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