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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시선 2
산만한시선
2025

by 박시훈

2025.11.26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친다. 바쁜 일상에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어렵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다. 유행과 소비 방식이 급변하는 현재의 음악 시류 속에서 뮤지션들은 그 흐름을 따르고 자신을 드러내기에 벅찬 가운데 포크 듀오 산만한시선은 이곳의 다양한 삶을 유심히 살피며 흩어진 순간들을 한데 모은다. 주변의 관찰로 시작하는 첫 정규작 < 산만한시선 2 >는 오늘날에 대한 두 청년의 기록이다.

 

첫 곡 ‘강릉아산병원’부터 기조가 분명하다. 술과 담배와 차디찬 병원 복도를 비롯한 소재는 데뷔작 < 산만한시선 >(2024)의 미온과는 거리가 먼 냉소를 머금고 있다. 왜곡된 인간상을 비추는 ‘은십사자’와 ‘짐승의 끝’, 누군가의 고독사를 지켜보는 ‘튀밥을 먹는 아저씨’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으로 다루기 힘든 비극과 잔혹성을 지녔음에도 이들은 보다 넓은 시선으로 세상 전반을 여과 없이 담아낸다. 현실을 응시하고 동시대와 호흡하는 것은 이번 앨범의 핵심 동력이자 산만한시선의 포크가 남다른 깊이를 확보하는 지점이다.  

 

본래의 음악적 특색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포착하는 다층적 구조를 메운다. ‘쉬운 남자’로 시작해 ‘지우는 날’로 이어지는 연인들의 이별에선 담백한 멜로디가 숨결을 불어넣고 ‘차이나타운’과 ‘아는 여자’의 생활성 짙은 가사는 알싸한 감정들을 피워낸다. 단편적인 제작에는 기존의 섬세한 표현들로 구성했지만 전체적인 구성 방식은 한층 노련하다. 시인과 촌장의 함춘호가 참여한 ‘외갓집’과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하모니카가 깃든 ‘읽는 사람’ 등 세대 간의 연대가 현시점 이 포크 앨범의 맥락을 풍성하게 만든다. 

 

하이라이트는 감정선이 극한으로 치닫는 후반부로 어느 노인의 울부짖음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도시인들을 마주하는 ‘도망가는 사람’에는 전반부보다 격해진 기타 스트로크가 서사의 몰입을 돕고 사랑의 후회(‘개’)와 연민(‘오아시스’)을 노래하는 두 보컬은 각각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세상의 단면이라는 주제만으로 이끌 수 없었던 특별함을 반주와 음색이 힘을 보탰다. 곡 단위로 분출과 절제가 적절하게 교차하니 막바지의 ‘사랑’도 그 낱말에 진정성을 얻는다. 선율과 문장이 유기적으로 공명한 결과다.  

 

시작과 동시에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을 수상한 이들에겐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대표곡 ‘노래가 되면 예쁠거야’처럼 보편성을 갖춘 음악으로 디스코그래피를 꾸렸어도 무방했지만 산만한시선은 자신들의 언어인 포크를 깊이 고찰한다. 곳곳에 배치된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통해 우리가 지나쳐온 일상을 기억하고 외면 받아왔던 외곽을 주목하는 접근에는 진심이 스며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현실에 선명한 흔적을 새기는 < 산만한시선 2 >는 현재의 소중함을 여러 각도에서 전하는 앨범이다. 


-수록곡-

1. 강릉아산병원 

2. 쉬운남자 

3. 지우는 날 

4. 은십자가 [추천]

5. 짐승의 끝 [추천]

6. 차이나타운

7. 아는여자

8. 외갓집

9. 읽는사람

10. 튀밥을 먹는 아저씨 [추천]

11. 개의 심장

12. 도망가는 사람 [추천]

13. 개 [추천]

14. 오아시스

15. 사랑 [추천]

16. 노래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