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출신 싱어송라이터 롤라 영의 세 번째 자화상이다. 첫 차트인 싱글 ‘Messy’가 수록된 2024년 < This Wasn't Meant For You Anyway >가 일상 속 불완전의 순간을 포착한 인상주의였다면 이번 < I’m Only Fucking Myself >는 입체주의처럼 혼란의 감정을 다방면에서 묘사한다. 오랜 기간 그를 괴롭힌 정신의학적 문제, 우울한 연애사와 과거의 트라우마를 다루는 태도에 극복의 의지는 없다. 치유와 해방을 향한 선언을 넘어 고통 자체를 띄운 반항 정신, 과감한 작법은 파국에 이르렀다.
여러 장르와 주제가 뒤섞인 트랙을 오직 솔직함만으로 잇는다. 찢어지다 못해 해져버린 펑크(Punk), 펑키(Funky)한 복고 팝, 컨트리, 그리고 메탈까지 그 어떤 청각의 교집합도 없이 내달리는 전반부는 성적 충동이나 코카인 같은 쾌락부터 회피적 성향과 ADHD 같은 자각을 마구 펼친다. 수용인지 해탈인지 메시지의 일관성이 없는 와중에도 감정선을 완만히 이끄는 것은 이면에 숨겨놓은 갈망이다. 그런지 록 ‘Spider’의 불안이나 ‘Dealer’ 속 치유에 대한 간절함이 연결의 역할을 뒷받침한다.
자신을 마구 드러냈음에도 결국에는 파괴에 이르는 결말이 롤라 영식 ‘회피 전시’의 끝을 암시한다. 1년 전에 비해 더욱 상향된 보컬 기량과 다양한 음악적 시도에도 뒷맛이 통쾌하지 않은 건 공감이 주는 카타르시스 이상의 위태로움 때문이다. ‘Sad sob story! :)’ 같은 이별을 포함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미성숙에 대한 시선과 표현은 그 강도만 더해졌을 뿐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음성 메모 목록에서 들을 법한 날 것 같은 ‘Who fucking cares’의 신선함이나 라디오헤드, 큐어가 느껴지는 취향의 재해석에도 안을 채우는 결론 ‘어쩌겠어’의 연속은 복제를 피하지 못한다.
그는 Z세대 아티스트와 대중이 공감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자극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 거창하지 않은 진솔함에 마음이 갈 수 있겠으나 변하지 않는 원색적인 자기표현은 공감이나 연대보다는 피로감을 준다. 다방면의 고통에도 꾸준히 단련해 온 소화력은 훌륭하다. 장르에 맞춰 적절하게 조절하는 음색이나 진부하지 않게 향수를 부르는 멜로디가 탁월한 만큼 그 그릇에 담을 주제에 대한 재고는 불가피하다.
-수록곡-
1. How long will it take to walk a mile? (interlude)
2. Fuck everyone [추천]
3. One thing [추천]
4. Dealer
5. Spiders [추천]
6. Penny out of nothing
7. Walk all over you
8. Post sex clarity
9. Sad sob story! :)
10. Can we ignore it? :(
11. Why do I feel better when I hurt you? [추천]
12. Not like that anymore
13. Who fucking cares?
14. Ur an absolute c word (interlu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