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의 방향 전환은 예상외다. 이전 정규부터 ‘0415’처럼 리듬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증가하며 가창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중심은 지문과도 같은 음색에 있었다. 발룬티어스의 구성원일 때와 이번 앨범을 함께한 피제이와 새로 합을 맞췄던 싱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이번 ‘Mirror’에서 자신의 최대 강점을 절제하는 모습은 낯설다.
길게 늘어뜨릴 때 도드라지는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선택한 장르는 펑크(Funk)다. 보컬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베이스와 보폭을 맞추고 여유로운 역할은 재지한 색소폰으로 전이되어 음악 자체를 강조한다. 아티스트의 역할을 일부 넘겨받은 만큼 중요했던 인터루드 구간에서 브라스 샘플이 자유롭게 연주하는 색소폰과 대비되어 몰입을 저해하지만 춤추게 만들려는 큰 그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무도회를 위해 단숨에 바뀌진 못했어도 댄스 플로어에 첫발을 내딛는 정도로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