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방향성이 명확하다. 과감한 일렉트로닉 음악 위에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덧입히는 에이티즈는 K팝 대표 맥시멀리스트다. 국내에선 역치를 한참 넘어버린 사운드가 불호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해외 차트는 꾸준히 응답해 왔다. 보이그룹 최초 코첼라 페스티벌 입성을 시작으로 ‘골든 아워’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이번 시리즈에서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자극적인 비트를 쥐고 질주하는 대신 힘을 빼고 멜로디에 목소리를 맡기는 앨범 초반부가 그 증거다.
빌보드를 겨냥하는 기조에서도 K팝의 문법이 견고하다. ‘In your fantasy’에선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back'을 연상하는 베이스라인이 단번에 다가온다. 가사에서 한글이 자취를 감춘 와중 더 나아가 본토와 완벽한 동기화를 표방했다면 2000년대의 어설픈 재현에 그칠 수 있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브릿지에 따라오는 댄스 브레이크, 추진력을 장전하다 터뜨리는 마지막 후렴구 등 과거 아이돌 음악에서 유행했던 요소를 버무렸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완전한 현지화를 택할 때 적절한 차용으로 생존 전략을 비튼 셈이다.
이후 등장하는 솔로곡에선 멤버별 역량 증명이란 목표가 뚜렷하다. 데뷔 7년 차, 개인이 빛나도 될 시점에서 리더 홍중이 메가폰을 잡고 맞춤 제작한 트랙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넘나든다. 시선은 자연스레 색다른 장면에 쏠린다. 섹시함을 펑크(Funk)로 매끈하게 감싼 ‘Slide to me (윤호)’, 리버브와 몽환적인 분위기로 여운을 극대화하는 ‘Sagittarius (우영)’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마음이 닿는 곳이라면 (To be your light) (종호)’의 아련한 밴드 구성과 도드라지는 보컬도 강렬하게 밀어붙여 온 에이티즈의 행보 사이에선 특별하다. 후반부가 다양한 장르를 모아둔 단편 모음집인 만큼 앨범의 응집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약간의 흠이다.
흔치 않은 방식으로 맞이한 전성기다. 대부분 정점에 오른 후엔 개성 각인과 연속적인 흥행을 노리며 잘 소화했던 레퍼토리를 몇 번 더 반복한다. 위험 부담이 적으면서도 안정적이니 당연한 수순이나 에이티즈는 쉬운 방법을 제쳐두고 변화를 선택했다. 파트 1과 2의 실험과 그동안의 전형 사이 중심을 잡은 최선의 피날레. 자신 있게 내건 제목이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었다.
-수록곡-
1. Lemon drop
2. Masterpiece
3. Now this house ain’t a home
4. Castle
5. Bridge : the edge of reality
6. In your fantasy [추천]
7. No1 (홍중)
8. Skin (성화)
9. Slide to me (윤호) [추천]
10. Legacy (여상)
11. Creep (산)
12. Roar (민기)
13. Sagittarius (우영) [추천]
14. 우리의 마음이 닿는 곳이라면 (To be your light) (종호) [추천]
15. In your fantasy (Korean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