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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er
자이언티(Zion.T)
2025

by 남강민

2025.09.27

자이언티는 취향에 빠져 스스로를 빚어내는 이 시대의 ‘흉내쟁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순도 높은 자아를 요구하는 세상에 오히려 애정을 담은 치장으로 ‘진짜’에 대해 반문한다. 짧게 간추린 다섯 곡의 호흡에는 진솔한 고백이나 내면 대신 그를 떠올리게 하는 많은 순간을 담았다. 알앤비 색깔을 정립한 < Red Light >, < OO >의 따뜻함과 여유, < Zip >의 일상이 아주 은은하게 녹아있다.

멀리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바라보듯 원근감이 사실적이다. 디스코 펑크(Funk) ‘Suspicious’의 넓은 무대에서 자동차 속 일상을 묘사한 ‘물고기’로 좁아질 때의 위화감을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메우며 옴니버스식 구성에도 완만한 흐름을 유지한다. 트랙 간 입체적인 악기 변화, 꾸준히 직관적인 드럼과 신시사이저의 대비가 앨범의 공간을 확장한다면 가사는 서사의 선명도를 높이며 친밀감을 쌓는다.

앨범 내내 이어지는 사랑 타령에도 휘청대지 않는 근거는 공감을 이끄는 편안한 분위기에 있다. 시트콤 주제가처럼 발랄한 ‘Love me’와 연인을 예찬하는 ‘Heroine’ 모두 사랑이라는 행위와 대상, 주체 모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단순한 가사와 솔직한 고백에 숨겨두었다. 담백한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 앤 베이스 리듬 위 얹은 ‘Closer’의 가벼운 대화와 스캣도 어색함 없이 친근하다.

본인이 설립한 레이블 스탠다드 프렌즈에서의 첫 앨범은 ‘자이언티 에센셜’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에 충족이나 무시가 아닌 질문으로 보답한다. 과장, 흉내, 숨김 등 추구하는 모습을 위한 알아감의 과정이 오리지널이 아닐 이유가 있는지. 그 물음에 답은 사랑이라고 알려주는 < Poser >는 자이언티의 따뜻한 개성 그 자체다.

-수록곡-
1. Love me
2. Heroine [추천]
3. Suspicious [추천]
4. 물고기
5. Closer
남강민(souththriver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