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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d
파셀스(Parcels)
2025

by 박시훈

2025.09.25

초원을 노니는 앨범 커버처럼 호주 출신 5인조 밴드 파셀스의 신보 < Loved >에는 산뜻하고 편안한 음악이 가득하다. 2014년 결성 이후 베를린으로 활동 거점을 이전하고 2장의 정규 앨범 발매와 라이브 공연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이들은 2023년 초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6개월간 각 구성원이 만든 곡을 한데 모아 정돈한 이번 앨범에선 펑크(Funk)와 디스코로 결집한 < Parcels >(2018)의 기교와 전율도 실험적인 악기 운용으로 빚은 < Day/Night >(2021)의 대범함도 모습을 감췄다. 이 초록빛 공간을 채우는 것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리듬과 하모니다.

 

10대 시절부터 음악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멤버들은 세월의 노련함을 앨범에 녹여냈다. 차곡차곡 악기를 쌓아가며 그 위로 5명의 목소리를 담은 첫 곡 ‘Tobeloved’와 펑키(Funky) 리듬이 두드러진 ‘Yougotmefeeling’ 등 곡을 감싸는 그루브는 더욱 유연해졌고 질감도 부드러워졌다. 화창한 날씨가 떠오르는 전반부의 ‘Leaves’부터 도시의 밤거리에 어울리는 디스코 펑크 ‘Leaveyourlove’, 애시드 재즈 ‘Thinkaboutit’으로 이어지는 후반부까지 최상급 연주 실력이 간단한 음악 구조에 깊이를 더한다.  

  

세계 각지로 각자만의 여정을 떠나서 모인 다양한 영감들은 파셀스 특유의 하모니와 함께 어우러졌다. 프로그레시브 록에 가까운 ‘Safeandsound’와 소프트 록 기반의 ‘Finallyover’는 펑크 밴드 파셀스와는 낯선 요소들이지만 그들의 정체성인 정교한 화음 배치가 이질감을 흡수하고 곡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베를린의 전자 음악 기법이 녹아든 ‘Sorry’도 그룹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고 고향인 호주에서 착안한 ‘Everybodyelse’의 나른한 알앤비 역시 마찬가지. 장르나 스타일에 한정되지 않는 섬세한 멜로디가 대조적인 앨범의 수록곡들을 포용한다.

 

재정비를 마친 이들은 이색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아닌 그룹 음악의 본질과 이력을 되새겼다. 1집 수록곡 ‘Lightenup’으로 시작해 2집의 ‘Light’를 지나 앨범의 마지막 곡 ‘Iwanttobeyourlightagain’으로 도착하는 흐름이 증명하듯 < Loved >는 그동안의 디스코그래피를 매끄럽게 응축했다. 베테랑 연주자들의 가공과 지휘 아래 디스코 그룹 쉭과 비지스의 리듬은 여전히 경쾌하고 비치 보이스를 연상케 하는 하모니는 변함없이 따스하다. 파셀스는 애써 꾸미기보다 무심한 듯 담담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편이 자연스럽고 여유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수록곡-

1. Tobeloved [추천]

2. Ifyoucall 

3. Safeandsound [추천]

4. Sorry

5. Yougotmefeeling [추천]

6. Leaves

7. Everybodyelse

8. Summerinlove

9. Leaveyourlove 

10. Thinkaboutit [추천]

11. Finallyover [추천]

12. Iwanttobeyourlightagain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