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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cent
온유(ONEW)
2025

by 박시훈

2025.09.11

목표는 간단하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입지 굳히기다. 첫 곡 ‘Silky’부터 마지막 노래 ‘Happy birthday’까지 < Percent >는 그에게 어울리는 음악과 감성이 모여 전반적으로 편안한 감상을 남겼다. 수록된 11곡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룹 샤이니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몸담아온 SM을 떠나 신생 기획사 그리핀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발표하는 이 정규 앨범은 온유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능숙한 소화력이 자극 없는 무난함을 낳았다. 레트로 펑크(Funk) ‘Caffeine‘의 댄서블한 그루브나 알앤비 넘버 ‘Marshmallow’를 감싼 절제된 가성 등 대부분의 곡은 올해 초 발표한 EP < Connection >으로 확립한 경로를 유지한다. 멜로디와 가창력은 수려해도 일관된 표현 방식과 음악적 요소가 전작 이상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오래 Okㅋ‘와 ’Mad’ 역시 2010년대 후반의 작법 안에서 기시감이 들고 막바지의 ‘에필로그‘와 ’Happy birthday’에서는 발라드 싱어로서의 면모만을 드러낸다. 지극히 안정적인 구성 속에서 몰입을 위한 구간은 부재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접목 또한 전형적이다. 타이틀 ‘Animals’의 속도감과 팝 펑크를 도입해 반전을 꾀한 ‘Far away’가 일정한 흐름에 활기를 더하지만 여운은 짧다. 흔한 K팝 제작 방식의 일부를 그만의 개성으로 보기 힘들고 또 다른 노선을 탐색하는 과정마저 그대로의 창법으로 단조롭게 움직인다. 오히려 외피의 전환 대신 내실의 다채로움을 택했을 때 장점은 드러난다. 레이백 리듬으로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는 ‘Percent (%)’와 보컬의 움직임에 따라 운율감이 형성되는 ‘Confidence’와 같이 특유의 가창에 변칙성이 부여된 트랙이 눈에 띈다.
 
강점은 충분하다. SM에서의 정규 1집과 소속사 이적 후 발표한 두 장의 EP로 알 수 있듯 그의 음악은 별다른 진입 장벽 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접근법마저 굳어질 필요는 없다. 사랑과 연대로 점철된 가사와 이를 지탱하는 사운드는 디스코그래피 내 다른 곡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고 흐릿한 주제 의식 속에서 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 역시 어렵다. < Percent >는 신보의 가면을 썼지만 내용물은 리메이크 버전 앨범에 가깝다. 베테랑 보컬리스트에게 요구되는 건 평범함이 아닌 독창성이다.

-수록곡-
1. Silky [추천]
2. Caffeine
3. Marshmallow
4. Animals
5. Confidence [추천]
6. 오래 Okㅋ
7. Far away
8. Mad
9. Percent (%) [추천]
10. 에필로그
11. Happy birthday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