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팝의 차이는 무엇일까. 선뜻 나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나라도 명확한 정의가 있다면 나머지를 해석할 수 있겠지만 서로의 경계 모두 모호하다. 근래 K팝 그룹의 해외 진출과 현지화 전략까지 더해지며 두 단어는 정의하기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국적을 명시하는 접두사 K. 이 요소만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에 따르면 트와이스는 드디어 팝에 도달했다.
‘드디어’에서 알 수 있듯 이번이 첫 번째 시도가 아니다. 이미지 탈피를 위해서라도, 혹은 미국에서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변화는 오래전부터 필요했다. 리퍼블릭 레코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2020년을 기준으로 기존의 모습과 다음 단계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빌보드에서 성공한 < Ready To Be >를 기점으로 트와이스는 해외로 뻗어나가는 노선을 택했다. 목적지 변경 후 첫 정규 앨범인 < This Is For >도 겉으로는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앨범처럼 보인다.
높아진 참여진의 이름값에 비례해 올라간 완성도는 내부의 내용물과는 별개로 그럴싸한 외관을 형성했다. 아리아나 그란데 후기 히트곡 크레딧에서 볼 수 있는 테일러 파크스 참여의 ‘This is for’는 애틀랜타 베이스를 기반으로 트와이스 표 ‘Nokia’를 만들었다. 고음이 없어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반대로 ‘One spark’의 벅찬 감동 같은 선명한 매력을 상실했다. 원 디렉션과 사브리나 카펜터의 주요 작곡가 존 라이언이 가세한 ‘Peach gelato’ 역시 거친 스트로크에서 오는 매력으로 일정 수준을 보장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하진 않는다.
알맹이의 부족함은 아티스트에 구애받지 않는 평범한 구성에서 비롯된다. 이는 유닛 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멤버 개개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각자의 강점을 강조하지 못하고 적당한 완결성만 챙긴다. 특히 나연과 지효의 이름을 올려놓은 ‘Talk’는 둘의 가창 실력을 강조한 곡을 기대했지만 정작 열어보니 밋밋한 알앤비에 머무르며 조합 방식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의심은 ‘Battitude’의 조화롭지 않은 합창에서 확신으로 바뀐다. 결국 새로운 편성의 시너지는 부각되지 않고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켰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방향 자체가 맞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타이틀 곡 15초 증량과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의 ‘Take down’ 수록만으로 급하게 디럭스 버전을 발매했다. 도움이 될 만한 외부의 흐름에 맞춰가는 것은 좋지만 너무 큰 소용돌이에 휘둘리는 건 아닐까. ‘답이 없어 재미있는 걸 넌 왜 몰라’라며 반문하던 과거와 다르게 중압감에 짓눌린 지금의 트와이스는 팝이라는 광활한 타지를 헤매면서 그럴듯한 정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수록곡-
1. Four [추천]
2. This is for
3. Options
4. Mars [추천]
5. Right hand girl [추천]
6. Peach gelato
7. Hi hello
8. Battitude
9. Dat ahh dat ohh
10. Let love go
11. G.O.A.T.
12. Talk
13. Seesaw
14. Heartbreak ave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