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Quit Quietly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落日飛車))
2025

by 한성현

2025.08.31

1년을 바삐 보냈다. 2015년 재결성을 기점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쌓은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는 2024년 7월 혁오와의 합작 앨범 < AAA >로 ‘아시안 팝’ 순풍에 합류하며 좋은 호응을 얻었고, 여러 국가에 걸친 투어에 이어 올해 5월에는 라이브 음반까지 공개했다. 2025년 펜타포트 무대를 프로젝트의 마침표라 선언한 이들이 일주일 만에 알린 소식은 네 번째 정규작의 발매. < Quit Quietly >는 그렇게 불쑥 등장했다.

제목이 당황스럽지만 은퇴작은 아니다. ‘관둔다’보다는 ‘떠나다’, 즉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늘어난 인원수에 맞게 커진 규모를 실감할 수 있던 < AAA >와 달리 신보는 확연히 가라앉았다. 약간씩 가미했던 노이즈를 싹 빼고 다시금 클린 톤의 기타가 이끄는, 선셋 롤러코스터의 자리로의 복귀다.

‘나른함’ 내지 ‘몽롱함’으로 축약 가능한 무드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국내 팀 웨이브 투 어스를 비롯해 현재 아시아 밴드 신에서 숱하게 찾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돌파구는 정공법. ‘Wind of tomorrow’와 ‘Believe u’의 선명한 기타 모티프, 힘차게 나아가는 ‘Mistakes’의 후렴은 개별 트랙으로도 충분히 기능한다. “뻔하다” 혹은 “구별이 안 된다”는 시선에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적당히 만족스러운 대답이 될 만하다.

팀의 개성이었던 색소폰 활용의 축소 때문일까, 현재의 음악 색을 굳힌 < Soft Storm >에 비해 전체적인 공기가 건조하다. 약간의 답답함을 상쇄하는 것은 외부와의 혼합. ‘Antenna’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레아 도우(Leah Dou/窦靖童)가 백보컬로 참여해 우주 강아지 라이카의 삶을 구슬프게 다루는 ‘Satellite’, 일부 트랙에서 오혁이 지휘한 보컬 디렉팅 등으로 앨범은 타인과의 끈끈한 결합을 꿈꾼다. 피부가 서로 맞붙은 아트워크의 의미는 곧 긴 인연과의 동행이다.

음악이 너무나도 넘쳐나기에 더더욱 ‘들을 이유’를 찾게 되는 지금이다. < Quit Quietly >는 그 근거를 큰 소리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인디 팝이나 소프트 록에 바라는 기댓값만은 모자람 없이 충족한다. 음악에서만은 이해관계를 털어버리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귀여운 사운드트랙. 안락함을 위한 자리는 늘 존재한다.

-수록곡-
1. Wind of tomorrow [추천]
2. Humor tumor
3. Believe u [추천]
4. Mistakes [추천]
5. Charon’s gone
6. Piccolo amore
7. Grow
8. Everything I have
9. Satellite (With Leah Dou)
10. Bluebird [추천]
11. Fading out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