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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tage Of ( )
비비지(VIVIZ)
2025

by 신동규

2025.08.22

멀어져가는 두 땅에 하나씩 발을 걸치고 있으니 보는 이가 다 불안하다. ‘Maniac’의 약진으로 기억되는 전자음악 이미지와 그간 꾸준히 비친 알앤비 잔상 사이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포개진 작금의 사운드와 레트로 질감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데뷔 4년 차에 맞이한 첫 정규 음반이라는 무게감을 지탱하지 못한 채 흐트러진다. 뚜렷하고 섬세한 곡의 면면도 존재하나 단일 작품으로서 연대하지 못하며 그마저도 후반부 솔로곡의 인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가장 얼굴이 될 ‘La la love me’와 ‘Hands off my heart’가 그렇다. 정성 들인 포장 속 내용물은 약 10년 전 걸그룹의 전형. 확연한 과거도, 오늘날의 흐름과 맞닿은 변주도 아닌 그저 지나간 시제 하나를 택해 신시사이저로 버무린 결과물에 가깝다. 멤버들의 역량이 보인다 한들 음악 자체의 매력이 덜하니 이조차도 버거운 현실, 오히려 뒤이은 트랙의 견고함과 대비되어 멋쩍은 미소만을 남긴다. ‘Citrus’부터 출발해 말미까지 연결된 블랙 뮤직의 폭넓은 해석이 되레 초입의 갈증을 해소하고 나서니 그 차이가 고르지 못한 명암을 낳은 것이다.


각 구성원의 실력은 이미 익숙하다. 필요한 건 확실한 정체성. ‘Sticker’와 ‘Toxic’ 속 각자의 음색에 기댄 조합미가 지금까지 비비지의 개성 아니었나. 이번 작품 또한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평범하게 느껴진다는 한계를 맞는다. 즉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동일한 맥락에서 신비를 제외한 두 멤버의 솔로곡이 명확한 방향성으로 각자의 장점을 부각하는 모습은 완전체로서의 특이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결과와 상반되는 한편 정규 음반임에도 여타의 톱니바퀴와 유기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꼴로 남는다.


다만 엄지의 솔로곡 ‘Love language’만은 재발견이다. 데스티니 차일드 풍의 알앤비 넘버를 목표로 둔 채 1998년 빌보드 싱글 차트를 무려 13주 동안 정복했던 브랜디와 모니카의 듀엣곡 ‘The boy is mine’에 영향을 받은 듯한 빈티지 사운드, 그 위에 올라탄 엄지의 보컬은 응시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며 제 역할을 완수한다. 물론 큰 그림 속 하나의 싱글로서 기능할 뿐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겠으나 새로운 가능성으로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타 장르와의 적절한 교차 혹은 선택. 하나쯤은 터질 거야 식의 무책임한 돌려막기로는 위험하다. 


-수록곡-

1. La la love me

2. Hands off my heart

3. Citrus 

4. Sticker

5. Toxic

6. Hipnotic (신비 Solo)

7. Love language (엄지 Solo) [추천]

8. Milky way (은하 Solo) [추천]

9. Wildflower

신동규(momdk77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