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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기비온(GIVĒON)
2025

by 박시훈

2025.08.15

그의 바리톤 보컬은 만능열쇠와 같다. 드레이크의 ‘Chicago freestyle’ 피처링을 시작으로 메인스트림에 발돋움한 기비온은 저스틴 비버와 함께한 ‘Peaches’와 본인의 대표곡 ‘Heartbreak anniversary’를 통해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올해에 들어선 소울 싱어 테디 스윔스와의 ‘Are you even real’ 콜라보까지, 변함없는 영향력은 타고난 재능에서 비롯된다.   


폭넓은 조우를 끝으로 이제는 진중한 탐구에 들어선다. 어쿠스틱 사운드에 현대의 문법을 가미한 이전과 달리 그간 영감의 원천들을 톺아보는 것. 2번째 스튜디오 앨범 < Beloved >는 묵직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중심을 잡은 채 블랙 뮤직의 역사를 복각하며 보다 발전된 음악관을 제시한다


성장 동력은 1970년대에 있다. 브라스 사운드로 진득한 그루브를 뽑아내는 ‘Rather be’는 알 그린의 ‘Let’s stay together’와 닮았고 현악기의 떨림에 애절함을 담은 ‘Twenties’에선 마빈 게이의 형상이 겹쳐 보인다. 디스코그래피 속 조금씩 새어 나온 잠재력이 이내 만개한 듯, 중후한 음색은 그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음악들 위에서 어느 때보다 유려하다. 코러스 보컬을 최대치로 활용한 ‘Numb’과 재즈풍 소울 넘버 ‘I can tell’ 역시 일품이다


지반이 단단하기에 무엇을 더하든 곧잘 어울리겠으나 평이한 구상이 본연의 맛을 흐린다. 앞선 트랙들과 비슷한 작법으로 꾸린 ‘Keeper’ ‘Backup plan’은 이렇다 할 차별점이 부재하고, 현대의 질감을 덧입힌 ‘Bleeding’은 작품의 성격과는 맞지 않아 겉을 맴돈다. 쇼트 단위로 볼 땐 출중한 완성도를 지녔어도 롱테이크로 바라본다면 다른 이야기다. 일관된 주제와 그루브를 살리기 위해선 좀 더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고 과거를 탐색할 계획이었다면 기본 골자에 충실해야 했다


후반을 향할수록 화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1 < Give Or Take >(202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 Beloved >의 다른 점은 커리어를 깊게 고찰한다는 것이다. 고전 소울을 해체하여 가공하는 과정은 팝적인 알앤비에 치중해 온 기존의 틀을 탈피하기에 과감하고, 촘촘히 묻은 빈티지 사운드가 강점을 돋운다. 일관된 흐름이 여전히 발목을 잡지만 그의 예술적 혈을 뚫는 작품임은 틀림없다.

 

-수록곡-
1. Mud
2. Rather be [
추천]
3. Twenties [
추천]

4. Strangers

5. Numb [추천]
6. I can tell [
추천]

7. Diamonds for your pain
8. Keeper
9. Six:thirty
10. Backup plan
11. Bleeding
12. Don’t leave
13. Avalanche [
추천]
14. Good bad ugly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