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역주행이란 무엇인가?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궤도에 오르는 것. 지난 2023년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기적을 이뤄냈던 하이키 또한 같은 길을 따라가고 있다. 미니 3집의 ‘뜨거워지자 (Let it burn)’에서 말 그대로 화끈한 록을 선보였다면 < Lovestruck >의 분위기는 그 반대에 위치한다. 열기보다 냉기가 필요한 여름 날씨에 딱 알맞은 음반이다.
탄탄한 밴드 사운드 위 수준급 가창력이라는 그룹의 두 장점을 단번에 제시한 ‘Good for u’부터 이들의 지향점이 포착된다. 특히 옐의 저음과 휘서의 고음이 어우러진 마지막 후렴은 하이라이트로 향하는 진행에 박차를 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일한 흐름을 잇는 ‘여름이었다’는 하나의 기타 리프가 완성도에 얼마나 일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다. 메인 리프를 중심에 둔 채 세세하게 바뀌는 연주를 더욱 또렷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인스트루멘탈 버전을 확인하기를 권한다. 역동적인 드러밍으로 넘치는 생동감을, 선명한 표현력의 청춘 찬가로 동명의 인터넷 밈처럼 아련함을 동시에 구현한 올여름의 주제곡이다.
초반부의 록 스타일을 가뿐히 전환한 ‘One, two, three, four’ 역시 트로피컬 하우스의 요소를 도입해 모든 수록곡이 한 계절을 가리키게끔 했다. 잠깐의 숨 돌리기 후 이어지는 ‘내 이름이 바다였으면 해’는 타이틀과 유사한 정서를 품되 단순 답습이 아닌 새로운 접근법으로 뛰어난 만듦새를 갖췄다. 인트로의 벅차오르는 브라스로 시작해 점점 고조되는 감정선은 코러스 말미 신시사이저와 키보드가 함께 만드는 하모니로 근사하게 마무리된다. 티 없이 순수한 가사가 합쳐져 듣는 이를 해변 한가운데로 이끄는 힘을 지닌 트랙이다.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았던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었다. 데이식스와 큐더블유이알(QWER)로 대표되는 최근 K팝의 밴드 트렌드를 재빠르게 캐치한 데에서 더 나아가 하이키만의 풋풋함을 더해 무더운 날마다 찾게 될 곡들이 탄생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계절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시즌 송의 귀환이다. 진솔하게 수놓은 고백이 모두의 마음에 청량감과 반짝임을 전달하니,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수록곡-
1. Good for u
2. 여름이었다 [추천]
3. One, two, three, four
4. 내 이름이 바다였으면 해 [추천]
5. 여름이었다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