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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Heart
벤슨 분(Benson Boone)
2025

by 한성현

2025.07.30

혈기 왕성한 미국 가수 벤슨 분은 2020년대의 프레디 머큐리를 꿈꾼다. 소년미를 벗고자 콧수염을 길렀고 상의 단추는 가슴팍까지 풀고 다니는 중이다. ‘Beautiful things’를 작년 최대 히트곡에 등극시킨 여파로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 공연에 퀸의 브라이언 메이를 데려와 ‘Bohemian rhapsody’를 불렀으니 그의 야망이 가리키는 곳은 확실하다.


< American Heart >는 잘하면 1980년대 뉴웨이브에 노동자의 송가 하트랜드 록을 섞은 밴드 킬러스 같은 사례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벤슨 분의 영국적 감수성은 퀸에 가깝고, 그에게 영원한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급의 진중함을 바라는 이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높지 않은 기대치 충족마저 앨범에게는 벅차다. 젊은 팝스타 신이 다시 융성하는 동시에 ‘미국’이라는 타이틀이 유달리 무거운 지금, 벤슨 분은 어느 쪽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17일. 전곡 작사/작곡에 걸린 시간이다. 모르고 듣더라도 앨범은 기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급하게 만든 기색이 역력하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éjà vu’를 레퍼런스 삼은 듯한 ‘Reminds me of you’, 성대한 구성의 ‘Wanted man’ 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긴 하나 그 너머로 뻗지 못한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 풍 보코더 효과가 들어간 ‘Mr electric blue’ 정도를 제외하면 여운을 오래 남기는 선율이 없다. 딱 적당했던 첫 싱글 ‘Sorry I’m here for someone else’와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을 후렴에 따와 등장부터 식상했던 ‘Mystical magical’이 킬링 트랙인 수준이다.


캐치함을 양보한 만큼 텍스트에 깊이를 더했냐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아버지에 대한 동경을 노래한 ‘Mr electric blue’와 어머니에게 바치는 ‘Momma song’으로 요즘 드문 가족 사랑을 담았으나 거기까지. 비장한 표정으로 성조기를 펼친 앨범 커버가 무색하게 미국은 < American Heart >에서 단순 배경 혹은 단어로만 기능한다. 마지막 ‘Young American heart’에 그대로 나와 있다. 벤슨 분이 ‘젊은 미국의 심장’을 소유한 것은 그저 나이가 어리고 미국 국적을 지녔기 때문이다. 상투적인 은유마저 여기에는 부재한다.


상승세에 탄력을 줄 심산이었다면 내실을 더 다져야 했다. < American Heart >는 고음 곡예, 틱톡 챌린지, 육체미 등 아티스트를 둘러싼 수식어를 재활용하기에 급급해 현상 유지에 머무른다. 의외의 짜임새를 보여준 첫 정규작 < Fireworks & Rollerblades >가 열어놓은 가능성에도 못 미치는 후퇴다. ‘Mr electric blue’의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원 히트 원더” 티셔츠가 세간의 고까운 시선을 비꼬는 조소가 아닌 자기 예언이 되게 생겼다.


-수록곡-

1. Sorry I’m here for someone else [추천]

2. Mr electric blue

3. Man in me

4. Mystical magical [추천]

5. Reminds me of you

6. Momma song

7. I wanna be the one you call

8. Wanted man

9. Take me home

10. Young American heart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