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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宮Fefere
실리카겔
Feat.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2025

by 정기엽

2025.07.27

‘Desert eagle’, ‘No pain’, ‘Tik tak tok’ 등 여름에 발표하는 싱글마다 진화를 거듭하는 공식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다만 이번엔 변혁보다 보완에 초점을 둔 모습. 10년 전 이맘때 3호선 버터플라이 남상아의 목소리를 빌린 ‘II’의 확장판처럼 풍성해진 사운드스케이프로 몽환과 질주를 교차한다. 베이스와 드럼이 전면에 서는 포인트, 기타와 신시사이저가 각각 마력을 과시하는 다양한 구간은 직관적인 시원함과 실험성을 동시에 남긴다. 후자의 힘이 친숙하지 않을 이들을 위한 친절은 어느 때보다 명료한 가사 전달과 보컬 멜로디에 남겨두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특유의 톤으로 읊는 도입이 맥락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으로 끝나는 서술이 꿈에서 깬 직후의 느낌을 주는 것. 이 선잠의 결과는 < Power Andre 99 >의 디스토피아적 세계였을 공산이 크다. 그 악몽에서 한 발짝 멀어진 채 ‘그때’로 일축하는 화자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구축할 준비를 마쳤다. 순수하게 창작했을 ‘9’와 ‘Sister’ 등의 드라이브가 희미하게 스쳐가는 점 또한 과거를 되짚으며 모색한 현재의 해답으로 내통한다.


이들은 ‘No pain’으로 상을 받던 자리에서 “힘들 때 만든 음악이 늘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행복하게 만든 음악으로 같은 위치에 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두 해 전의 결심이 이제야 첫 발을 뗀 셈. 결성 10년의 기념비 < Power Andre 99 >가 현재의 실리카겔을 만들었다면, 데뷔 10주년의 씨앗 ‘南宮Fefere’는 약속을 건넨다. 소리에 대한 천착을 멈추지 않겠다고.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