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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o Begin
밀레나(Milena)
2025

by 정기엽

2025.07.22

첫 정규앨범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은 R&B를 재즈에 이식하게 만들었다. 콜드(Colde), 웨이브 투 어스 등 감각적인 뮤지션이 다수 포진된 레이블 웨이비 소속인 만큼 이전엔 그들과 상응하는 스타일을 전개했다면, 풀렝스 앨범에 이르러 자신의 색을 찾은 것. 두 EP에서 프로듀서 베이스캠프(Basecamp) 등의 도움을 여럿 받은 바와 달리 일부 협연을 제외하곤 작곡을 도맡은 점 또한 자기 확신의 도약이 아닐까. 어느 때보다 편안한 웃음으로 데뷔 후 4년간의 고민 끝 해답을 내놓는다.


사랑을 주제삼은 앨범답게 설렘을 청각적으로 다룬다. 연애 감정에 취해 예찬을 표현할 언어를 찾는 ‘Where to begin’과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등과 코러스가 알맞은 접점 속에 감도는 ‘Bluejay’는 떨리는 심장을 탁월하게 복각한 도입이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Foot on the moon’은 구름 위로 떠오르는 듯한 리프와 매력적인 멜로디가 꿈결을 귀에 아로새긴다. O를 다섯 번이나 표기하는 상대를 향한 무한한 긍정에 비극이 파고들 틈은 없다.


윤석철의 연주 아래 고전 음악부터 일상을 껴안은 피아노에 대해 노래하는 ‘Piano’ 그리고 웨이브 투 어스의 김다니엘과 듀엣을 담담히 풀어낸 ‘What about next spring’는 해가 쨍하던 낮을 자연스럽게 주황빛 하늘로 바꾼다. 자연에 오렌지 색깔이 깃들면 아름다움과 슬픔은 같이 퍼진다. 밤이 찾아올 것이 직감되기 때문. 잠깐 타인과 함께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혼자가 된 침대의 적적함은 밀레나가 홀로 그린 그림에 잘 담겼다. ‘Wrong way’의 간주에 흐르는 선율, 마무리를 향해 가는 후회의 아련함은 적적한 공기로 청자를 적신다.


여러모로 원두 향이 가득 찬 카페의 분위기와 알맞은 작품이다. ‘Coffee shop’이라는 곡도 담겨 있지 않던가. 곡의 가사처럼 가장 아끼는 카페에 방문해 이 앨범을 들을 때면 일상이 한결 풍성해질 터. “사랑은 침묵이고, 단지 시만이 그것을 말하게 한다”고 독일의 작가 노발리스는 말했다. 무언의 감각을 귀로 더듬거리게 만드는 힘이 여기에 있다.


-수록곡-

1. Where to begin [추천]

2. Bluejay [추천]

3. Foot on the moon [추천]

4. Bad handwriting

5. Read my love

6. Coffee shop

7. Piano (Feat. 윤석철) [추천]

8. What about next spring (Feat. 김다니엘 of wave to earth) [추천]

9. Love with a loneliness

10. Subtle change

11. Wrong way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