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대중화 물결 속 모국을 향해 도전했던 교포 래퍼 지투는 온전한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 < 쇼미더머니 5 >의 노란 사자 머리나 국내 래퍼들의 지원을 받아 꾸린 몇 장의 앨범 성과는 미미했고 지난 주노플로와의 합작 < Smiles And Tribulations >부터 그는 친숙했던 영어로 돌아왔다. 후련하고 적절한 선회였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프로듀서와의 합작으로 홀연히 내놓은 < Human Tree >는 하나의 경계를 넘었고 드디어 온전한 지투의 매력을 발산한다. 한국 힙합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랩, 비트, 둘의 균형 모두 뛰어난 ‘1 엠씨 1 프로듀서’ 작품이다.
미국에서 성장한 한인 래퍼 지투와 비트메이커 유지피(UGP)는 먼저 여러 도시의 경험과 감성을 채집했다. 균질하게 다듬고 나니 오프닝 'Wizzop'의 안온한 감상은 보컬을 삽입한 ‘Wind blow’와 'Karma' 등 알앤비 소울 구간을 지나 보컬 샘플을 활용한 산뜻한 칩 멍크 트랙 ‘Summer’까지 유려하게 이어진다. 햇살과 취기가 느껴지는 적당한 온도다. 프로듀서 유지피의 감각이 국내에선 낯선 참여진, LA 기반의 마이크 비(Mike B.) 뉴욕 기반의 아이민(I’MIN), 샌프란시스코 싱어 클래비타(Klavita) 등 뭇 참여진과의 합을 준수하게 끌어낸 덕분이다. 앨범 제목과 사진처럼 차분한 정원의 분위기는 두 호스트의 초청 아래 각자가 이파리가 되어 조성되었다.
‘랩’도 일종의 해방을 맞이했다. ‘소주’ 외 부재한 모국어를 보면 알 수 있듯 부담감을 내려놓았고, 그간 딱딱 끊어지던 한국어 랩의 단점이 들리지 않는다. 목적성을 지닌 투박한 언어를 내려놓으니 구절의 분출과 연계가 자유롭다. 후련한 폐기의 결과로 배기통과 같은 발성에서 뿜는 소리의 울림, 사자와 같은 에너지, 하이톤으로 꺾는 표현까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재지팩트나 누자베스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Like that’, 지투의 매력적인 톤이 살아난 ‘35’, 내면을 순도 높게 가사로 옮긴 마무리 트랙 ‘Dna’까지 독특한 목소리가 소박한 반주에 캐릭터를 부여한다. 앨범의 ‘바이브’는 비트가 담당했다면 그 무성함은 지투의 랩에서 살아났다.
자연스러움의 결과로 탄생한 근사한 나무다. 온전한 영어 랩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틈새시장을 노렸고 재개발이 한창인 국내 힙합 생태계에 기분 좋은 휴식처를 만들었다. 한국형 올드 스쿨의 코어를 지키지 않아도, 완전한 미국의 트렌드를 좇고자 하지 않아도, 기믹 문화의 새 흐름을 생성하지 않고도 오로지 랩 음악만으로 정체성을 지키며 새 영역을 창조했다. 무럭무럭 커가는 우리나라 힙합 산림에 이런 예상을 깨는 아티스트와 음악은 늘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거목만 있는 숲이 조금 답답해지던 참이다. 권태와 자극이 반복되던 한국 힙합 신에 꼭 필요했던 환기다.
-수록곡-
1. Wizzop (Feat. Mike B. & JAEYOUNG) [추천]
2. Like that (Feat. Mike B.) [추천]
3. Sustain (Feat. JAEYOUNG)
4. 35 (Feat. Above Average AL & MDuke)
5. Profit
6. Trees (Feat. Mike B. & Junoflo)
7. Karma (Feat. Clavita) [추천]
8. Drips (Feat. T’nah & Chealsea Reject)
9. Wind blow (Feat. I’MIN) [추천]
10. Bridges
11. Low Tides (Feat. Junoflo)
12. Borrowed Times (Feat. JAEYOUNG)
13. Get money (Feat. Mike B. & JAEYOUNG)
14. Summer (Feat. DOMO) [추천]
15. DNA (Feat. LIFEOFTHOM)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