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ync.In.Sync.Out
파츠(PATZ)
2025

by 정하림

2025.07.07

‘Parts of the city’라는 낯선 정체성에 충실한 파츠의 기점은 도시다. 내면에서 출발하는 음악과 비교하면 한 차원의 이해가 더 필요한 셈이다. 이들은 <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 출연부터 고수해 오던 신스팝으로 도회적인 옷을 입었고 디자인 담당 멤버까지 대동해 시각적으로도 트렌디한 분위기를 풍긴다. 본래 작업에 충실하면서도 보다 직관적인 이미지로 함께 어필하겠다는 영리한 전략이다. 전작 < Visitors >로 방문객을 자처한 파츠는 < Sync.In.Sync.Out >을 통해 도심 속 일원과 더 깊은 동기화를 시도한다. 


초입부터 의도된 청각적 세계로 초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왜곡된 신호음으로 시작하는 ‘Not the same’에선 디지털 사운드 소스와 고조되는 선율이 합쳐져 앨범 커버의 은은한 부조화를 형상화한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Fears’는 제법 밝지만 기저의 어두운 신시사이저가 유지하는 선이 아슬하다. 쳇바퀴 돌듯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마주했을 ‘두려움’이지만 표현 방식마저 예측 가능한 범주에 위치하고 만다. 영어로 점철된 가사와 음향 구성 요소가 글렌체크의 그림자를 드리우니 세련돼도 ‘레디메이드’일 수밖에. 주인이 뒤바뀔 정도는 아니나 이목을 끌기 위해선 신선한 재해석이나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이후로는 잘 다듬은 매무새의 연속이다. 단순한 구성이라는 장르의 강점을 전면 차용하면서도 튀는 악기 없이 섬세하게 조율해 트랙이 모두 깔끔하다. ‘Trace’에선 산뜻한 전자음과 안정적인 드럼 비트가 여유를 잠시 부여하고, ‘We’의 건반과 이펙터 가득한 기타는 서로 농도를 조절하다 해방감을 선사한다. 사운드스케이프가 강조된 ‘Crossone’smind’ 위 더운 공기는 굴곡이 적은 보컬로 나른하게 날려 보내니 청취의 끝에 편안한 감상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멜로디 채도가 높아 개별 곡 인상이 짙다.


클리셰가 존재해도 뻔하지 않다. 파츠가 자리 잡은 도시엔 삭막한 빌딩 숲이나 우울에 빠진 젊음 등 흔히 나타나는 개체가 자취를 감췄다. 날것의 정서가 담긴 열화 같은 연주, 극적인 전개를 동반한 K팝 식 팝 록 작법 등 청춘을 대변하는 요즘 밴드 흐름과도 거리가 멀다. 다들 비슷해져 독특한 원석으로 빛나기 어려워진 시기, 정돈된 미감을 추구하는 반대 행보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빽빽한 인디 신 한구석에 숨통이 트였다. 


-수록곡-

1. Not the same

2. Fears

3. Trace [추천]

4. We [추천]

5. Crossone’smind

정하림(sielsia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