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와 드럼을 제외한 모든 악기를 그의 손으로 잡아가며 완벽하게 머릿속에서 구상하던 앨범을 짧은 순간에 집약시킨 이 앨범은 세상에 발표한 그의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CD의 표지는 그림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LP에 찍힌 첫 커버는 자신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흑백의 초상화 속에서 흐릿한 사진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 이였다.
경쾌한 분위기로 첫 포문을 여는 '우리들의 사랑'은 봄처럼 따뜻하고 생기 있게 사랑을 노래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담겨있는 쓸쓸함도 함께 배어 나온다. 그의 감각은 브릿지와 끝부분에 자유스런 기타 애드립의 향연에서 잘 느낄 수 있다. 그의 발라드 곡들이 가지는 스케일은 종종 클래식의 대가들과 비교되곤 하는데, 김현식이 먼저 부른 '그대 내품에'나 그의 사랑하는 애인에게 고백조로 읊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상 앨범 최고의 곡인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에서 보여주는 풍요로운 신디사이저 위주의 편곡은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다채로운 색의 전조를 느끼게 한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공윤으로부터 '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을 유발한 웃지 못할 해프닝을 후일담으로 선사하기도 했다.
그의 흐느적거리는 목소리는 '텅빈 오늘밤'이나 '지난날'과 같은 빠른 템포의 곡에서도 슬픔을 유발하는데 “싸늘한 눈빛으로/한마디 말도 없이/그대는 떠나가고”와 같은 가사나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와 애정을 노래하는 '지난날'에서도 그렇다. 재즈적 감성으로 제목과도 같이 침잠된 감정으로 노래하는 '우울한 편지'의 시도나 클래식을 전공한 학도다운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는 소품 'minute' 등은 이 앨범의 완성도를 다각도로 입증하는 소산들이다.
그는 애석하게도 이 한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의 곡들은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고 있으며 그가 뿌린 지적(知的) 흐름의 일환은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의 꿈나무들이 대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