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나티를 따라오는 필연적 테마가 보이지 않는다. 신보는 ‘너와 나’의 관계를 중심에 두었던 아이덴티티에서 ‘너’를 걷어내고, 철저히 ‘나’의 세상에 몰두한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지금 그의 세상은 숙명이 되어버린 음악으로 뒤덮인 듯하다. 그러나 소리에 매몰된 것은 아니다. 불같은 기타와 차가운 피아노, 둘의 사이를 견고히 붙드는 드럼 비트. 최소한의 구성만으로 흐름을 장악하는 사운드는 그가 음악에 끌려다니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흡인력을 발휘하는 또 다른 요소는 이찬혁의 30초다. 마이클 잭슨 혹은 마이클 잭슨을 참조한 자이언티가 떠오르는 보컬 운용이라도 삽시간에 곡 전반을 지배하는 힘이 가득하다. 자연스레 이찬혁이 감상을 점유한다. 물론 “너 아침에 안 하지 양치/까치 집에 박치”와 같은 빅나티의 이야기가 앨범 소개글과 괴리감이 크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이유도 있다. 굳이 음악에 관한 진심을 되레 격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