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 스타에서 ‘나락’의 대명사로, 염따의 지난 몇 년은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했다. < 살아숨셔 2 >, ‘돈 call me’, 다모임 프로젝트와 < 쇼미더머니 10 >에서의 논란, 마미손과의 갈등, 저작권 침해 소동까지. 모든 것이 뒤엉킨 난관에서 그가 택한 돌파구는 바로 앨범이었다. 여러 파문 끝에 음악성마저 폄하 당한 아티스트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정공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공백기를 지나 세상을 향해 내민 < 살아숨셔 4 >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제일 솔직하고 가슴 아린 작품이다.
스스로 일궈낸 삶을 돌아보며 떠나간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갓생’, 전날의 잘못을 고백하는 ‘윽!’, 동경심과 열등감을 엮어 드러낸 ‘더콰이엇’ 그리고 성공 뒤편을 그린 ‘IE러니’. 제각기 다른 감정을 쏟아낸 초반부의 곡들은 그의 내밀한 마음속을 오롯이 내어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한데 응집된다. 특히 과거의 실수를 떠올릴 때마다 ‘윽’ 하고 탄식을 내뱉거나, ‘ㄷ.R.E.A.M.’에서 연거푸 외치던 ‘fuck’이 결국 자신을 향하는 장면에서 속내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가사를 뒷받침하는 프로덕션 면에서도 트랙 간의 트랜지션, 부드러운 브라스 루프(‘더콰이엇’)와 실리카겔 ‘T’의 절묘한 샘플링(‘IE러니’) 및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 메이킹으로 무게중심을 잡았다.
이러한 전개 직후 배치된 ‘순정(純情)2025’는 싱잉 랩 사이 튀어나온 못이었던 < 살아숨셔 3 >의 ‘존시나’처럼 흐름에 균열을 낸다.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첫 번째 벌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사를 그대로 가져와 코요태의 원곡과 보폭을 맞춘 탓이다. 이 때문에 이미 최고조로 치달았던 감정선이 순식간에 식어 버린다. 이어지는 두 트랙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드이기에 분위기를 환기하는 인터루드로 기능하지만, 이로 인해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표현하는 정서가 크게 갈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우리는’과 ‘마’가 도맡는 엔딩은 각별한 감동을 준다. 앞서 풀어 놓았던 서사가 힘겨운 시절부터 함께했던 쿤타와 어머니를 매개로 갈무리되는 순간 서두와는 다른 방식으로 몰입이 극대화된다. ‘태양이 예뻐서 다가갔다가 홀라당 태웠네’ 같은 전형적인 라인마저도 염따의 인생에 대입되자 생명력을 얻는다. 각각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기반의 단출한 비트라는 점에서도 차이를 두어 반복을 피하며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힙합 팬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관용구 ‘앨범 모드’는 뮤지션이 음반 제작을 위해 연락을 끊고 칩거하는 행위를 뜻한다. 단어가 가진 비장함과 다르게 으레 흐지부지되곤 하는 선언이지만 염따의 경우는 달랐다. 이미지 형성과 인기몰이에 큰 역할을 했던 SNS마저 내려놓은 후 내비친 굳은 결심은 처음 우리가 그에 열광하고 몰입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9년 전 ‘하이라이트’의 소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다시 그 현실이 난관에 부딪친 상황, < 살아숨셔 4 >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자기 증명이다.
-수록곡-
1. 갓생 [추천]
2. 윽! [추천]
3. 더콰이엇 [추천]
4. IE러니 [추천]
5. ㄷ.R.E.A.M
6. 순정(純情)2025
7. sWing
8. Y-3
9. 그때 우리는 [추천]
10.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