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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 artist
샤이니(SHINee)
2025

by 정기엽

2025.06.08

첫 소절부터 종현의 흔적이 가득 넘실거린다. 후렴에 깊숙이 자리한 목소리부터 브릿지의 가이드 녹음까지 생생한 회귀를 통해 분위기를 막론한 뭉클함이 스며든다. 보컬뿐 아니라 제목처럼 시적인 가사 또한 한몫했다. ‘파이란 하늘이, 빠이얄간 입술이’, 가부터 아까지 자음을 활용한 언어유희도 ‘View’, ‘우주가 있어’ 등으로 입증한 작사 솜씨를 드러낸다. 여러모로 2018년 동명의 솔로 앨범 < Poet | Artist > 그리고 ‘빛이 나’의 정신적 후속작이라 할 법하다.


두 세계선의 모두가 최선을 펼쳤다. 종현이 작사, 작곡으로 청사진을 그렸다면, 멤버들도 밑그림을 어엿한 그림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 전자는 샤이니 공연 브랜드로 대학원 논문을 썼을 정도이며 후자는 십수 년간 동행한 사이니, 양측에 대한 이해도가 빛을 발했다. ‘왜 이제 왔냐 투정 부려줘’, ‘우물쭈물대지 말아줘’ 등 종현 특유의 악센트가 느껴지는 부분이 네 보컬을 타고 전달된다. 의도를 명확히 파악한 해석이 함께한 세월을 증명한다.


6집 < The Story Of Light >에 수록한 ‘Lock you down’ 이후 7년 만인 다섯 목소리의 접합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가 남겨둔 말과 노래인 만큼 더더욱. 그룹의 궤적을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산뜻한 팝은 무난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시간을 되살리게 만든다. 되살린다는 표현은 어쩌면 부적합할지 모른다. 열 손을 겹친 샤이니의 단결은 멈춘 적 없이 지속되어 왔으니까.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