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의 첫인상은 분명 신선하고 강렬했다. 20살 전후의 어린 나이로 홀연 내놓은 ‘Team tomodachi’ 리믹스는 원곡의 중독성에 네 멤버의 색채를 버무려 숏폼 콘텐츠를 기점으로 금세 입소문을 탔다. 점차 이름을 알리던 중 들려온 시바(SIVAA)의 방향성 차이로 인한 탈퇴 및 AOMG와의 계약 소식은 기대와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본격적 출사표인 EP < 간 (間) >은 후자 쪽에 무게를 싣는다. 주류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흔들렸던 이들의 전철을 밟는 모습이다.
‘국산 힙합’을 내걸었으나 단순 일부 모티프의 사용만으로 한국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는 없다. ‘간’을 중심 키워드로 삼아 서사를 이어가려는 시도 자체는 흥미롭지만 그 연결이 성겨 의도한 바가 청자에게 가닿기 어려운 까닭이다. 단조롭고 피상적인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영 혼용으로 점철된 라인 끝에 외치는 "쾌지나 칭칭 나네"는 공허하며, ‘푸줏간’의 훅과 “난 오늘만 오른, 옳은 오른손에 망치로 못된 놈 망치려 하니 왜 도망치노?”처럼 반복에 의존하는 펀치라인과 라이밍을 앨범 내내 되풀이해 재치 대신 지루함만이 맴돈다.
지나친 세공이 결국 본래의 빛을 흐리고 말았다. 여러 장르를 차용하되 팝 랩 스타일로 요철을 깎아낸 프로덕션은 식구가 표방하는 힙합 그룹이 아니라 2010년대 초반 K팝의 그것에 가깝다. 다양한 비트에 각자의 색깔을 칠했던 전작 < Han : Cooked >보다 투박함도, 매력도 덜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정돈된 시대착오가 음반에서 거듭해서 내비치는 ‘가짜 래퍼’들을 향한 비판과 합쳐져 가장 큰 의문을 자아낸다. 상술한 내러티브를 형성하기 위해 세운 허수아비를 겨냥한 공격은 대상과 이유가 두루뭉술한 탓에 맥거핀으로 전락하고 만다. 짧은 분량 안에서 완결성을 갖추려 끌어온 요소겠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 시작이다. AOMG 합류 이전의 점진적인 궤도에서 크게 이탈했기에, 또 몰개성 속에서도 ‘대장간’의 주고받는 구절과 같이 장기를 드러낸 부분이 존재하기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소속 레이블의 이미지 쇄신에 맞추어 새로운 간판 아티스트를 만들려는 리브랜딩이 오히려 독이 된 모양새다. 각종 프로모션에 밀려 뒷전이 된 전날의 반짝거림 위로 수많은 선배의 이름이 스쳐 지나간다.
-수록곡-
1. 마구간
2. 대장간
3. 푸줏간
4. 방앗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