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에게 비는 익숙하고도 특별한 심상이다. 윤하에게 씌워 준 ‘우산’이나 콜드의 축축한 음성 맞춤형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과거로 더 내려가 보면 김종완이 부른 비애의 기우제 ‘Let it rain' 등 그는 늘 친구와 동행하며 하늘에서 낙하하는 물방울을 음표로 옮겼다. 올해의 봄비를 함께 할 아티스트로는 알엠 낙점. 두 사람은 이전에 맞췄던 쾌청한 합 ‘All day’와는 다른 서정적인 날씨 속 담백하게 랩으로 밤을 지새운다.
정반대의 반주에서도 각자의 스타일이 잘 살아난다. 반질거리는 기타 반주와 단순한 리듬 위 영어로 쓸어내리는 관념과 비유, 노래로 마이크를 이어받은 알엠이 힙합 선배와 주고받는 구절 하나하나가 담백하고 깊다. 각자 어린 시절 반항아로 불렸고 27클럽을 꿈꿨다며 전하는 담화는 유별난 기술 없이 담백한 언어의 나열이라 도리어 깔끔하다. 오랜만에 사색이 가능한 랩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