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Firstfruit - The 1st Album
마크(Mark)
2025

by 손민현

2025.05.14

아이돌 그룹 일원은 일시적으로 제한된 표현의 자유에 동의한다. 이 암묵적이고 냉소적인 관행에 지금 가장 영향력 높은 보이그룹 엔시티 군단의 기둥 마크가 합리적인 음악 절충안을 내보였다. 여러 고민이 모두 무르익은 데뷔 9년 차는 역설적으로 첫 수확의 적기다. 앳된 아이돌 마크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른스러운 아티스트의 태도까지 나타난 정규작. 풋풋한 내음 가득한 < The Firstfruit >은 오랜 성장기를 정리하고 후련한 마침표를 찍는 역할이다.


중요한 첫걸음에 < 고등래퍼 > 경연곡 ‘두고 가’, 싱글 ‘Child’와 ‘Golden hour’에서 이미 합을 맞춘 드레스가 영리하게 방향을 제시했다. 퍼포머의 목소리에 페르소나를 투영하는 프로듀서가 이번에도 마크의 랩과 보컬의 특성을 녹여 완연한 합작을 완성한 것이다. 마크의 이야기를 세심히 듣고 재조합한 덕분에 주인공과 비슷한 결의 조력자도 편하게 손을 얹는다. 개성 강한 크러쉬와 이영지 중 어느 하나 튀지 않았고, 또 걸출한 이름 사이 엔시티의 다른 축 해찬과 함께 한 ‘+82 pressin’이 돋보인다는 점도 기분 좋은 성과겠다.


촘촘한 구성의 타이틀만큼 수록곡 전체에 질과 결이 균등하고 이 힘이 전체를 이끈다. 토론토에서 탄생을 반추하는 펑키(Funky) 타이틀 ‘1999’, 뉴욕으로 이어지는 ‘Flight to NYC’와 한국의 국가번호가 새겨진 트랙 등 마크가 지금까지 겪은 네 개의 도시를 훑는 방식이 쉽고 직관적이다. 일단 합당한 준거가 음악이니 메시지에도 쉽게 수긍이 간다. 랩의 밀도가 높은 초반부가 서정적인 알앤비 ‘Raincouver’로 대체되고 후반부 어머니의 내레이션이 삽입되는 급변 구간이 많음에도 이물감이 적다.


대부분의 아이돌 솔로 음반은 선택과 집중이 필수인 탓에 균질함을 포기하기도 한다. 분명 이를 잘 공략했으나 고민 지점은 엔시티와 같다. 솔직함이 가닿을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것. 멤버 수와 국가를 추가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생존법은 독창적이나 울타리는 점점 튼튼해지고 있다. 이번 마크의 결실이 경계 밖 사람들에게는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거대한 그룹을 어깨에 진 그에게 거는 기대와 책임감은 과하지 않다. 대중음악은 무겁지만 언젠가 꼭 숙성해야 할 두 번째 열매다. 


-수록곡-

1. Toronto’s window

2. 1999 [추천]

3. Flight to NYC

4. Righteous

5. 프락치 (Feat. 이영지)

6. Raincouver [추천]

7. Loser

8. Watching tv (Feat. Crush) [추천]

9. +82 Pressin’ (Feat. 해찬) [추천]

10. 200

11. Journey Mercies

12. Mom’s interlude

13. Too much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