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쥬 인터뷰

니쥬(NiziU)

by 신동규

2025.05.02

K팝의 아이돌 문화와 그 산업이 세계를 상대로 저력을 뽐내는 오늘날의 위세가 일찍이 운명선에 연결된 흐름이었다면 이제는 해외에 거점을 두고 시작한, 이른바 ‘현지화 그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이 손을 잡고 제작한 9인조 걸그룹 니쥬(NiziU)가 그 예시다. 억대 스트리밍은 물론 오리콘 차트 정상 등극과 아레나 투어 진행 등 자국 내 뚜렷한 성과를 남긴 그들이 신곡 ‘Love line (운명선)’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Heartris’로 첫인사를 건넨 지 1년 5개월 만이다.


늦은 밤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니쥬는 여러모로 예상을 비껴갔다. 멤버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그룹인 만큼 원활한 소통에 중점을 두려 했으나 이미 그들이 가진 어휘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노력의 산실이었고, 아홉 명이란 다인원 구성조차 각자의 매력으로 버무려 진솔한 이야기로 승화시킨 모습이었다. 오랜만의 한국 활동에서 얻은 값진 결과에 그들은 한없이 겸손했고, 긴 시간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감사 또한 잊지 않았다. (신동규)




1년 5개월 만의 복귀다. 이번 한국 활동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었나.
마유카: 우선 해외 팬분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무척 기대된다. 개인적으론 직캠이나 무대 이외의 콘텐츠 등 다양한 재미 요소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 팬분들도 꽤 바라는 듯하다.

한국어를 많이 쓰는 콘텐츠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텐데.
마유카: 물론 긴장은 된다.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한지 5년 정도 되었으니 한번쯤 자신감 있게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이돌 시장은 흐름이 매우 빠른 편이다. 첫 한국 활동과 달리 이번에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리오: 여유가 생긴 느낌이다. 멤버 중 유독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Heartris’로 한국에 처음 데뷔했을 땐 웃음을 짓지 못할 정도로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오히려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분들의 얼굴을 볼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 행복하다.

JYP엔터테인먼트를 떠올려보면 원더걸스부터 시작해 근래의 트와이스, 있지, 엔믹스까지 많은 걸그룹이 사랑을 받았다. 이번 한국 활동에 앞서 조언을 해준 선배가 있나.
마코: 실제로 많은 조언과 응원을 해주신다. 하나 이야기하자면 있지의 예지 선배님과 연락을 나누곤 하는데, 이번에도 응원하고 있다며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씀에 큰 힘을 얻었다. 특히 “언젠가 마코랑 무대를 같이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을 땐 감사하면서도 실현될 수 있게끔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동력을 얻었다.

리마, 마코

‘Love line (운명선)’은 고음이 돋보이는 곡이다. 녹음할 때 어렵진 않았나.
니나: 고음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 편이었는데도 ‘Love line (운명선)’은 힘들었다. 그때마다 1년 넘게 기다려준 팬분들이 생각나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이겨냈다. 또 어려운 고음만큼이나 곡이 좋지 않나. 잘 준비해서 멋지게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특히 더 신경 썼던 부분이 있었다면.
미이히: 아무래도 멤버들이 모두 외국인이다 보니 발음에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타이틀 제목인 ‘운명선’이란 단어가 발음하기 어려웠다. 니은과 이응의 차이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거기에 음을 덧붙여 노래해야 하니 난이도가 느껴졌다.

마유카: 리마의 랩 파트 중 ‘혹시 우리가 빨간 실로 딱 이어진 걸까’라는 가사가 있다. 리을이 연속되는 발음이 쉽지 않더라. 마침 이 부분에 팬분들의 응원법이 있는데, 발음이 어려운 데다 랩이다 보니 속도가 있어 저희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이번 곡을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 저희도 응원법을 따라 하며 신경을 많이 썼고, 팬분들도 재미있게 따라해 주신 파트인 것 같다.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된 걸그룹으로서 음악 방송 1위를 했다. 전례가 없던 일이고, 아직까진 유일한 기록이다. 더구나 ‘Heartris’에 이은 두 번째 1위다. 본국이 아닌 타국에서 1위를 한 사실이 남다를 것 같은데.
마야: 큰 영광이다. 1위를 하게 된 것도 놀랍고, 말씀해 주신 것처럼 모두 외국인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 처음 1위를 했던 시기는 물론이고, 오랜만에 돌아왔는데도 좋아해 주셔서 행복할 따름이다.

미이히, 아야카, 마야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면서 어느덧 꽤 많은 곡이 쌓였다. 각자 아끼는 니쥬의 노래가 궁금하다.
니나: 이번 앨범의 수록곡 ‘만약이라는 건 없어 (What if)’를 좋아한다. 저희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밴드 음악이다 보니 듣자마자 심장이 뛰었다.

리오: ‘AlwayS’를 뽑고 싶다. 작년부터 진행했던 투어에서 이 곡을 부르는 멤버들의 표정을 보면서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니쥬가 무얼 잘하는 그룹인지 알 수 있는 곡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아홉 명이서 쭉 같이 부르고 싶은 노래다.

마유카: ‘Memories’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투어의 마지막 곡이었다. 공연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리마: ‘Sweet nonfiction’을 좋아한다. 멤버끼리 눈을 마주치는 안무라든지, 함께 노래하는 파트, 애드리브를 통해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 등 무대를 하는 입장에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재미있는 곡이다. 

마코: 팬분들을 위한 곡, ‘Need U’를 애정한다. 콘서트에서 이 곡을 앙코르로 부를 때마다 팬분들과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힘이 나고, 더 열심히 해야지 하게 되는 고마운 곡이다. 

리쿠: ‘Heartris’를 뽑고 싶다. 우선 곡 분위기와 니쥬라는 그룹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부를 때마다 재밌고 즐겁다. 무엇보다 한국에서의 데뷔곡이기 때문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소중한 곡이다. 

미이히: 이번 컴백 곡 ‘Love line (운명선)’을 좋아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니쥬다운 곡이 있는 듯한데, 나는 이 곡이 그렇다. 귀여우면서도 성숙한 매력이 있다. 거기에 무대에 올랐던 몇 주 전의 생생한 기억이 더해지니 갈수록 애정이 생긴다.

아야카: ‘Life is beautiful’을 고르고 싶다. 아레나 투어 당시 이 곡을 부를 때면 관객들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여전히 이 노래를 떠올리면 행복하다.

마야: 아끼는 곡은 ‘Believe’다. 니쥬를 떠올리면 밝고 귀여운 이미지가 앞설 수 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그 반대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보여드린 적이 없었던 파워풀하고 멋있는 느낌의 곡을 처음 도전했던 것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고 각별하다. 

‘Love line (운명선)’과 함께 수록된 ‘만약이라는 건 없어 (What if)’는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떠오르는 J록 풍 음악이다. 첫인상이 어땠나.
마야: 듣자마자 멤버들이 일제히 좋아했다. 하지만 해본 적 없던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니쥬가 부르면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작사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사를 쓸 때 중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
마코: 일본 콘서트에서 유닛 무대를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멤버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논의하며 가사를 썼다. 함께 하는 무대일수록 좋은 가사를 완성하기 위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특히 중요한 것 같다. 

니나: 세 명씩 세 팀으로 나눈 유닛 무대였기 때문에 각각의 콘셉트가 존재했다. 그 주제에 어울리는 노랫말인지가 가장 중요했다. 

니나, 리오, 마유카, 리쿠

가수로서 각자 존경하는 음악인이 있다면 소개해 줄 수 있을까.
마야: 소녀시대 선배님이다. 초등학생 때 ‘Gee’ 뮤직비디오를 보고 처음으로 K팝 문화에 빠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아이돌의 꿈을 키우게 됐다. 내게 꿈을 심어준 분들이다.

아야카: 아이유 선배님. 언제 들어도 행복한 음악이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가수가 되자는 개인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선배님의 음악을 들으며 나도 저런 뮤지션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을 되새기곤 한다.  

미이히: 아무로 나미에 선배님을 존경한다.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어릴 적 DVD로 같이 보던 기억이 있다. 혼자서도 빈틈없이 무대를 채우는 모습은 어린 눈에도 멋져 보였다. 그렇게 꿈을 키워온 것 같다.

리쿠: 트와이스 선배님이다. 노력했을 시간이 느껴지는 퍼포먼스와 팀워크를 보면 여전히 놀랍고, 존경스럽다. 니쥬도 선배님들처럼 오래 활동하는 그룹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갈고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코: 미나, 사나, 모모 선배님을 존경한다. 처음 데뷔하신다고 들었을 때 “나도 선배님들처럼 꼭 한국에서 데뷔해야지, 꼭 JYP엔터테인먼트에 합격해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었다. 힘이 들 때면 선배님들을 떠올렸던 과거의 나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선배님들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리마: 지효 선배님을 존경한다. 보컬리스트로서 가창력, 퍼포먼스 또한 못지않게 뛰어나셔서 예전부터 많은 걸 배우고 싶었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지금에도 무대 위를 즐기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본받을 점이라 생각한다.  

마유카: 트와이스 선배님.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 시작 전, 선배님의 콘서트를 보러 갔었다. 공연을 보고 나서 ‘나도 데뷔하면 저런 아티스트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선배님들을 보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리오: 트와이스 선배님이다. 선배님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꿈을 키웠고,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데뷔한 지금에도 여전히 닮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니나: 어릴 적 언니가 아이유 선배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K팝을 잘 모를 때였는데, 어쩜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 뒤론 음악에 큰 위로를 받았다. 지금은 가수뿐만 아니라 예능이나 연기 등 다방면으로 아이유 선배님을 존경하고 있다. 

니쥬라는 그룹이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나.
마코: 다방면으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다. 팬분들은 물론이고 대중에게 필요한 힘이 될 수 있는, 누군가가 무거워할 때면 뒤에서 같이 밀어줄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

마지막 공식 질문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인생 음악이 궁금하다. 앨범이나 아티스트여도 좋다.
니나: 아리아나 그란데를 고르겠다. 첫 앨범 < Yours Truly >를 참 많이 들었다. 아티스트로서 닮고 싶은 면도 있는 것 같다.

리오: 니쥬의 ‘Make you happy’. 이 곡으로 대중이 니쥬를 알게 되었고, 나의 인생도 바뀌었다. 이 노래야말로 인생곡이 아닐까 싶다.

마유카: 중학교 1학년 때 친구가 블랙핑크 선배님의 ‘붐바야’를 추천해줬다. 그 때의 충격을 계기로 K팝에 빠지게 됐다. 만약 친구가 내게 이 곡을 권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돌을 꿈꾸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리마: 트와이스 선배님의 ‘One in a million’.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이 곡을 들으면 힘이난다. 연습생 시절 이 노래를 들으며 편안함을 찾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를 지지해준 곡이다.   

마코: 영화 < 위대한 쇼맨 >의 주제가 ‘This is me’를 뽑고 싶다. 주위 사람들이 내게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나다’를 외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배우 분들의 연습 비하인드 영상이 있는데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그 정도로 내겐 뜻깊은 음악이다.

리쿠: 테일러 스위프트가 인생 아티스트다. 초등학생 때 TV에 출연한 그의 모습을 보고 단번에 반했다. 그 뒤로 어머니와 함께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 때 ‘나도 저런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미이히: 나의 첫 ‘최애’ 아티스트 쯔위 선배님이다. 공연은 물론 팬사인회까지 갈 정도로 좋아했다. 어느 날 일본에서 열린 선배님의 공연을 보러갔다가 캐스팅을 받은 것이 나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나만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인생 아티스트가 맞다. 아직도 수줍고 떨려서 눈도 잘 못 마주친다.

아야카: 아이돌이라는 꿈을 키워준 블랙핑크 선배님의 ‘마지막처럼’이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꽂힌 곡이었다. 이 노래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싶다.

마야: 케시(Keshi)의 ‘Skeletons’. 힘들고 지친 어느 날, 듣자마자 누군가 곁에서 ‘괜찮아, 다 잘될거야’라고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뒤론 용기를 얻고 싶을 때마다 이 노래를 찾는다. 한 곡이 준 감동이 그동안 날 움직였다.



정리: 신동규
진행: 소승근, 손민현, 신동규, 정하림, 박수석
사진: 정하림, JYP엔터테인먼트

신동규(momdk77825@naver.com)